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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인터뷰] 배두나 “예쁘다고? 할리우드에선 말버릇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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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1-05 21:15:40 수정 : 2013-01-05 21: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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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차디찬 얼음과 뜨거운 화염이 공존하는 아이야.”

연극배우 김화영은 자신의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드라마틱한 표현의 주인공은 20대의 배두나였다. 어느덧 33살이 된 이 여배우는 월드스타의 반열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참이었다.

배두나의 해외 진출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원작 소설 작가인 데이비드 미첼의 표현처럼 ‘영화로 만들 수 없는’(unfilmable) 작품이었다. 하지만 배두나는 이 영화 안에서 얼어붙은 복제인간 손미부터 타오르는 뜨거운 스페인어까지 양 극단을 오갔다. 그녀의 어머니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내한 레드카펫에서 입은 디스퀘어드2의 반전 드레스가 무척 아름다웠다.

등 부분의 노출이 그렇게 드라마틱한 줄은 몰랐다. 레드카펫에서 사인을 하느라 몸을 약간 숙인 사진을 봤는데 위로 아래로 노출이 상당하더라. 내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우오오’ 했다.(웃음) 마음에 들었다.

- 정말 배두나에게는 극적인 화려함과 일상적인 심플함이 공존하는 것 같다.

맞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평범한 인간 배두나의 비중이 크겠지. 사실 내 삶은 지루하다. 안 그렇게 생겼다고 하지만 나는 늘 집에 있고 클럽 같은 곳에는 가지 않는다. 쇼핑도 20대에는 조금 즐겼지만 이젠 집에서 빈둥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여배우의 파격적인 화려함도 한편으로 즐기게 되더라. 평소에 빈둥빈둥하다가 연기를 하는 현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레드카펫에서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 이런 극단적인 면모 때문에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배두나가 연기한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어색하지 않았나보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때론 나도 내가 신기하니까. 엄마가 옛날에 내게 그랬다. “넌 얼음과 불이 공존하는 아이야.” 사실 이렇게 사는 것은 왕왕 자신을 피곤하게 한다. 하지만 배우로서 살아가기에는 아주 좋은 점인 것 같다.(웃음)

- 전작 ‘코리아’에서 탁구선수가 되다시피 했고, 이번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는 대사를 100% 외국어로 소화하며 외국인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이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나.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일단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시나리오에 매료됐고, 감독들에게 반했으며, 멋진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면 오디션에도 응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작품을 고를 때 한 장면이라도 하기 싫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작품 자체를 포기한다. 내가 해낼 수 없으니 그 부분을 고쳐달라는 것은 작품과 연출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럴 바에 다른 여배우에게 역할을 양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반면 누드 연기를 감수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라면 난 과감하게 뛰어든다.

- 이런 각오 덕분에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아름다운 복제인간 손미는 스크린을 압도했다.

솔직히 내가 훌륭하게 해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개 갖고 있는 것을 손미로서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 배두나의 손미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극중 먼 미래에 여신으로 추앙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혁명의 여신을 미의 여신으로 표현해 줘서 감사하다.(웃음) 훗날 손미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여신으로 떠받들어 지는 것이 타당하게 느껴지도록 설득력 있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신경 써서 연기한 부분이기도 하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촬영 현장에서 아름답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글쎄.(웃음) 그곳에서는 그런 말을 말버릇처럼 한다.(웃음) 그 문화권의 예의가 아닌가.

- 그들이 배두나를 아름답게 봤다면, 배두나의 눈에 비친 할리우드 배우들의 첫 인상이 궁금하다.

난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대본을 읽을 때부터 한껏 위축돼 떨고 있었다.(웃음) 영화에서만 보던 배우들, 평생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한 할리우드 스타들과 만난다는데 긴장을 안 할 수 있겠나. 그런데 내가 너무 걱정하며 들어가서인지 첫인상은 무척 편하다는 것이었다. 톰 행크스도, 휴 그랜트도 모두 털털하고, 서로 배려하고, 하여간 최고였다.(웃음) 이런 좋은 작품에서 좋은 배우들을 자동으로 만났다. 내 인생에 이런 기회가 또 올 수 있을까.

-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손미가 활약하는 그려진 네오 서울은 지리적으로 한국이다. 그런데 손미가 장혜주(짐 스터게스 분)와 함께 머무는 세이프 하우스는 일본의 분위기가 있더라.

사실 세이프 하우스의 다다미나 벚꽃 장식 등은 상징하는 바가 분명하다. 나도 이런 부분적인 왜색에 대해 워쇼스키 감독에게 질문을 했다. 감독님은 네오 서울을 아시아의 모든 문화가 스며든 지역으로 그리고 싶다고 하더라. 손미가 사는 세계는 먼 미래고 극중 설정 상 일본은 바다에 잠긴 상황이다. 네오 서울은 아시아의 뉴타운이고 워쇼스키 감독은 이 지역의 세트, 분장, 언어 등 모든 요소에 미래적이고 복합적인 아시아의 문화를 넣으려고 했던 것이다. 관객들이 이 부분을 왜색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모든 촬영이 끝나던 날, 배두나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나.

당시 나는 어윙(짐 스터게스 분)의 아내 틸다였고, 남편과 함께 아버지(휴고 위빙 분)의 집을 떠나는 장면이었다. 이 신이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대장정을 최종 마무리하는 부분이었다. 준비한 연기를 모두 했는데 감독의 컷 소리가 나지 않더라. 라나 워쇼스키가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나가와 ‘컷을 외치지 못하겠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와 짐 스터게스와 라나는 서로 안고 엉엉 울었다.

- 그동안 서로 정이 들어 뭉클했을 것 같다.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게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정말 특별한 기회였다. 훗날 내가 또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게 된다 해도 이런 캐스팅을 또 만날 수 있겠나. 지금 헤어지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몰라 가슴이 아프더라. 한국에서의 배두나는 이제 선배 축이지만 할리우드에서의 나는 꼬맹이였다. 다들 예뻐하고 가르쳐주고 큰 배려를 베풀었는데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다들 영국 런던으로 놀러오라고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웃음)

- 오는 9일 한국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개봉한다. 프로모션도 마무리 단계다. 앞으로 배두나의 계획이 궁금하다.

사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전작 ‘코리아’에 들어가기 전에 촬영을 마친 작품이었다. 개봉 시기가 달라 끊임없이 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1년 동안 잘 쉬었다.(웃음) 이제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손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새로운 아이로 변신해 돌아오려고 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배두나는 영화든 드라마든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웃음)


박민경 기자 minkyung@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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