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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틀로 보지 말았으면… 액션대작 아닌 휴머니티 드라마”

입력 : 2010-09-30 17:38:43 수정 : 2010-09-30 17: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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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돌파 감성액션 ‘무적자’송해성 감독
“애증이 쌓인 형제가 서로 외면하고 있다가
한 화면에 잡혔을 때 무척 짜릿”
“‘영웅본색‘은 1980년대 홍콩 반환을 앞둔 젊은이들의 불안을 액션으로 잘 풀어놓은 것이죠. 저는 ‘한국에선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를 고민했고, 결국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해 ‘탈북 형제 얘기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6일 개봉한 뒤 가볍게 100만 관객을 돌파한 감성 액션 ‘무적자’를 연출한 송해성 감독(46)은 영화가 우위썬 감독의 원작 ‘영웅본색’과 비교되며 읽혀지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홍콩 영화 ‘영웅본색’이 아닌 한국 영화 ‘무적자’의 프레임으로, 액션 대작이 아닌 풍부한 휴머니티와 드라마로 봐 달라고 했다.

“한쪽에선 ‘영웅본색’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비판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또 ‘영웅본색’에서 너무 많은 설정을 가져왔다고 비판하지만 비슷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면 또 없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관점에 따라 굉장히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스토리 전개 방향 등은 원작과 엇비슷할지 모르지만, 소재와 배경, 주제와 인물 캐릭터 등에 있어서는 한국적인 특수성이 확연한, ‘한국 영화’라는 것이다. 그를 최근 서울 마포 KT상상마당에서 만났다.

2007년 봄, 송 감독은 ‘영웅본색’ 리메이크 연출을 맡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처음에는 제의를 거절했다. ‘영웅본색’의 의미 때문이었다. 대신 다른 감독을 소개해 줬다.

◇송해성 감독은 영화 ‘무적자’를 홍콩 영화 ‘영웅본색’의 프레임이 아닌 한국 영화 ‘무적자’의 프레임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도대체 ‘영웅본색’은 어떤 의미인가.

“1980년대에 대학 다니며 영화를 하려던 우리들은 영화에 대한 세례를 유럽 예술영화에서 받았죠. 그래서 당시 홍콩 영화는 과장돼 있고 붕 떠 있는 것으로 폄하했어요. 그런데 ‘영웅본색’은 그런 인식을 일거에 바꾸게 한 것이죠.”

송 감독은 대학 2학년 때인 1986년 서울시내 극장에서 ‘영웅본색’을 봤다. 영화를 봤을 때 “떨린 정서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미 ‘영웅본색’이 사람들에게 고정화된 이미지와 배우들의 아우라로 각인된 상황에서 리메이크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성공할 수 있을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지난해 4월 제의가 다시 들어왔다. 그는 고민해 보겠다고 답하고 20년 만에 ‘영웅본색’을 다시 봤다. 당시 가슴 떨린 의미를 알게 됐고, 한국적 상황을 고민한 끝에 탈북자를 중심으로 풀어가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해 메가폰을 잡게 됐다.

―그래서 영화 중심이 액션에서 형제애로 바뀌게 되는군요.

“액션이나 코미디를 잘 찍는 감독이 아니라 드라마를 잘 찍고 인물들의 감정을 잘 드러내 주는 감독으로 평가받아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아요. 탈북한 형제가 포장마차에서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을 찍으면서 배우들에게 ‘우리 진짜 멜로영화를 찍고 있다’고 했죠(웃음). ‘밥 먹는 장면을 위해 이 영화를 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것이 진심이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애증이 쌓인 형제가 서로 외면하고 있다가 한 화면에 잡혔을 때 무척 짜릿했다”며 “‘무적자’에서 그리고 싶었던 주제”라고 했다.

◇탈북자 형제의 가슴 먹먹한 형제애와 친구 간 뜨거운 의리를 다룬 송해성 감독의 ‘무적자’.
―형식이 액션이기에 어려운 점도 있었을 텐데.

“액션 블록버스터는 보통 할리우드적이며,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원하는 지점을 향해 임팩트를 줘야 하죠. ‘무적자’에서는 마지막에 액션이 18분 정도 있지만 형제애와 마지막을 위해 가는 장면일 뿐입니다. ‘무적자’를 드라마로 이해하고 보면 쉽지만 액션이라는 이름에 갇혀 버리면 지겨워질 수 있어요.”

그는 송승헌을 선한 이미지에서 강한 이미지로 변신시키는 등 주연 주진모,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에게서 선굵은 연기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원작의 무게에 짓눌려 배우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에 대해 연출자 입장에서 미안합니다. 송승헌이 주윤발과 비교되는 순간 송승헌은 절대 주윤발을 이길 수 없거든요. 아마 장동건도 주윤발을 이길 수 없을 거예요.” 그는 그러면서 송승헌은 “변하고 싶다”며 출연제의에 응했고, 가장 적게 나오는 역할에도 “참여하는 것조차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마치고 장길수 감독 작품 ‘수잔브링크의 아리랑’(1990) 등의 조감독을 거쳐 1999년 ‘카라’로 감독 데뷔했다. 이후 ‘파이란’(2001), ‘역도산’(2004, 대종상 감독상 수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등을 연출했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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