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View] 故 최진영, 그는 계속 세상과 싸우고 있었다

경찰 "우울증·스트레스 원인" 공식 발표

3월29일 오후 3시 17분경. 기획사 홍보담당자가 메신저로 한 줄의 기사와 함께 연락해왔다.

"고 최진실의 동생이자 탤런트인 최진영이 29일 오후 사망했다"(1보). 한 스포츠신문의 온라인 뉴스로 나간 이 한줄 기사는 조용한 월요일 오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최진영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 전화를 돌렸다. 과거 한 매체가 1월 경 탤런트 양미경이 자살했다는 오보를 낸 것을 한차례 접했기에, 단순히 "000에 따르면"으로 쓸 수 있는 성향의 기사가 아니었다. 게다가 기사는 해당 매체 홈페이지에만 올라와 있었다.

이후 3시 25분을 전후해 다양한 매체에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3월 마지막주 금요일 저녁, 천안함 침몰이라는 대형 사건을 접하며 주말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월요일 오후 최진영의 자살은 3월을 마무리하기에는 잔인한 소식이었다.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원인"

사망 직후 故 최진영의 소속사인 엠클라우드 이경규 대표는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택에서 자살한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며 "기타 신체 외상은 없어 타살, 몸싸움의 흔적 등 무성한 소문은 사실무근이다. 고인은 사망 전 최근 지인들과 잦은 만남을 통해 웃음을 보였고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내비쳤으며 평소대로 활달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우울증 증세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은 연예계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고 오히려 어머니에게 '내가 가장이니까 걱정하지 말라. 조카들도 내가 잘 돌보겠다'고 희망적 의지를 더욱 내비쳤었다"며 "남몰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했으며 방송 복귀를 위해 열심히 운동도 하고 조카들과 놀아주며 활달한 모습을 보여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음 날인 30일 오전 10시 강남경찰서 측은 공식 브리핑을 갖고 "누나 최진실이 자살한 후 우울증에 빠져 있었으며, 병원 진료 및 치료를 요구하는 모친의 요구를 거부하고 약을 구입 복용해 왔다"며 "이어 "사는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이 힘들다고 말했고, 잠을 자지 못해 안정제 같은 약을 많이 복용했으며 최근에는 자주 만나던 사람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이전에도 자살을 기도한 사실이 있다는 지인들의 진술과 최근 출연하는 작품이 없는 등 모든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괴로워했다고 하는 등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이 극단적인 자살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추론했다.

소속사와 경찰 측의 입장은 상이하게 다른 상황에서 이들이 모두 바라보는 것은 '우울증'과 '스트레스'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가 더해졌다. 한 일간지는 고인이 자살하기 전 술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일간지는 당시 고인과 마지막 통화를 나운 한 프로덕션 소속 PD의 말을 인용하며 "술을 많이 마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요즘 연락이 뜸하다고 혼이 났다. 큰일이 생길 만한 정황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물론 이는 유족들이 부검을 원치 않아 사망 당시 최진영이 술에 취해 있었는지 여부는 알기 힘들다.

故 최진영의 어머니

"진영이는 세상과 아직 싸우고 있었다"

결국 자살의 원인은 '누나에 대한 그리움''컴백에 대한 부담감'으로 귀결되어진다. 그런데 정말 이것때문에 최진영이 자살을 했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지인은 "진영이는 아직도 세상과 싸우고 있었고, 그게 부담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고 말한다.

2년도 안되는 시간에 故 안재환의 자살 이후 이어진 故 최진실의 자살, 그리고 친한 사이였던 정선희를 둘러싼 다양한 루머들과 누나의 전 남편인 조성민과의 환희, 준희 양육권 및 친권, 재산관리권 등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인해 이미 최진영도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그 상황에서 최진영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떠돌고 추측되며 부풀려지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도 싸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컴백에 대한 부담감 역시 단순히 "잘할 수 있을까"라는 것보다는 누나 죽음의 잔상이 채 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기인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는 경우가 많이 다르지만, 정선희가 안재환의 자살과 시댁 식구들과의 분쟁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채 컴백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을 보아온 입장에서 일부 동질하게 느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거론된 지인은 이에 "자신이 컴백함으로써 누나와 아이들, 그리고 다시 과거의 문제들이 모두 불거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 최진영 컴백에 대해 세상은 故 최진실과 1년 5개월 전의 시간으로 연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진영은 누나를 따라 자살했고, 누나 옆에 묻혔다. 앞서 지인의 말대로 고인은 세상과 계속 싸우고 있었지만, 컴백을 통해 공개적으로 부딪치는 것은 두려워했을 수도 있다. 고인이 된 누나와 자신의 가족을 지켜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인의 어머니는 딸과 아들을 모두 자살로 저 세상으로 보낸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고인의 가족들이 다시 세상과 부딪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책임을 사회에 묻는 것은 무리일까.

故 최진영. 그는…

3월29일 생을 마감한 故 최진영은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를 시작으로 '있잖아요 비밀이예요2',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깡패 수업' 등 다수의 영화에 주조연으로 출연하면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드라마 첫 출연작은 1993년 MBC TV '우리들의 천국'으로, 이후 1996년 SBS TV '도시남녀', 1997년 MBC TV '방울이' 등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또 1999년에는 '스카이(Sky)'라는 예명으로 1집을 내고 가수로 데뷔, 2000년 골든디스크상 신인상을 받았다. 2004년 3집까지 발표하며 '영원' 등의 히트곡을 냈다.

그러나 최진영이 대중들의 관심을 끈 것은 톱스타 최진실의 남동생이라는 이유때문이었다. 사실 이는 동생으로서 굴레일 수도 있었지만, 누나와 각별한 사이였던 최진영에게는 연예계 활동의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가수 활동 이후 공백기를 가진 그는 2007년 KBS 2TV 드라마 '사랑해도 괜찮아'로 복귀했고, 누나 최진실이 죽기 직전인 2008년 9월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의 추석특집 편에 출연했으나 곧바로 누나의 죽음을 맞았다.

누나의 죽음 후 최진영은 "결혼 생각은 아직 없다. 좋은 삼촌이 되고 싶다"고 말하거나, 최진실에 대해서는 "저에게 하나밖에 없는 누나였고, 정말 저의 버팀목이었다. 엄마 같은 누나였다. 제 속에 있는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고 그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 조카들에 대해서도 "아이(조카)들 때문에 복귀를 결심했다"며 "아이들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삼촌이 원래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보여주고도 싶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론 어느 때는 "너무 허망하다. 한편으론 너무 많은 짐을 나에게 떠넘기고 간 게 아닌가, 얄밉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면서도 "그동안 힘들어했던 것을 많이 봤다. 그것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채 결국 논현동 자택 3층 다락방에서 누나와 같은 방법으로 자살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 유명준 기자 [e-mail] 블로그 http://back-ente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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