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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30代 그녀들이 '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는 이유

입력 : 2009-02-02 10:58:15 수정 : 2009-02-02 10: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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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代는 ‘금잔디’ 통해 대리만족
20代는 ‘꽃남’ 판타지 푹 빠지고
30代는 여고시절 추억이 ‘새록’
◇‘꽃남’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
KBS 제공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 열풍이 거세다. 막장 드라마, 왜색 논란도 가뿐히 넘어설 정도다.

그동안 숱하게 현대판 신데렐라 드라마를 봤으면서도 많은 여성이 ‘꽃남’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꽃남’의 주시청층인 10대, 20대, 30대 여성 3명을 만나 그들이 ‘꽃남’에 열광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일본판 드라마 ‘꽃남’을 먼저 접한 10대와 중·고교 시절 해적판 원작만화를 읽고 대만판, 일본판 드라마들을 봤던 20대, 30대는 한국판 드라마를 보는 시각도, 좋아하는 이유도 조금씩 달랐다.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1일 세계일보 편집국 인터뷰실에서 진행된 방담에는 김규리(16·고2·이하 10대), 손형주(27·회사원·이하 20대), 신현경(31·회사원·이하 30대)씨가 참여했다.

 ―‘꽃남’에 열광하는 이유가 뭔가.

▲10대=서민층 여학생이 부유하고 잘생긴 남자친구들과 어울려다니고 사귀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금잔디(구혜선)가 된 것처럼 행복하고 F4(네 명의 남자주인공)를 보면서 눈도 즐겁다.

▲20대=드라마 ‘궁’ ‘커피 프린스’의 연장선상에서 꽃미남, 신데렐라 판타지가 여전히 주효한 것 같다. 특히 원작만화를 향유한 세대로서 드라마가 비교적 원작에 충실해 당시 만화에서 본 것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30대=동감한다. 여고 시절 매점에서 즐겨먹었던 떡볶이를 다시 먹는 기분이랄까. 여고 시절 읽은 해적판 만화를 드라마로 보니 그때 추억이 하나하나 생각나서 설렌다.

―하지만, 또래 남자들은 싫어하지 않나.

▲10대=의외로 남자아이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남자아이들은 드라마 내용을 갖고 패러디를 만들기도 하고 금잔디가 예쁘다고 얘기하는 등 드라마도 많이 본다.

▲30대=내 또래 남자들은 “이런 드라마에 빠지다니 네 정신연령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며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10대 남학생들이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직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꿈이 있어서 아닐까. 반면 어느 정도 현실적인 20, 30대 남성들은 현실과 괴리를 보이는 설정이 이해가 안 되는 데다, 동생이나 조카뻘인 남자 주인공들이 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리가 없다. 어떤 영화 감독이 “여성 관객은 감정선만 잡아주면 따라오지만 남성 관객은 스토리나 상황에 논리적으로 이해할 만한 근거를 촘촘하게 만들어줘야 해서 더 힘들다”고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꽃남’이 주는 판타지는 무엇인가.

▲10대=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도 열심히 공부하거나 뭔가 노력하면 금잔디처럼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

▲20대=주인공들의 화려한 배경보다는 잘생긴 연하남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 나도 저런 꽃미남을 혹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30대=어른들로부터 고등학교 때는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가서 잘생긴 남자 만난다’, 대학 때는 ‘좋은 직장 가면 (조건) 좋은 남자 만난다’는 얘기를 들어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0대, 20대까지는 백마 탄 왕자, 재벌 2세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 있겠지만 30대는 재벌 집에 시집 가도 맘 고생하고 불행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대만판, 일본판, 한국판 드라마 ‘꽃남’을 비교한다면?

▲10대=일본판이 너무 재밌어서 한국판을 더 잘 만들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유치하고 비현실적인 건 알지만 볼수록 재밌고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

▲20대=원작만화의 첫 번째 해적판 ‘우정은 NO, 사랑은 YES’와 두 번째 ‘오렌지 보이’를 모두 봤다. 배경이 너무 화려해서 드라마로 옮겨지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대만판의 경우 처음으로 제작된 드라마라 관심이 갔고 일본판이 으리으리한 배경이나 에피소드 등을 가장 잘 살린 것 같다.

▲30대=원작 자체가 워낙 재밌어 3국의 드라마가 다 원작에 충실한 것 같다. 원작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에 그런 설정을 빼고는 다음 이야기로 이어질 수 없을 정도로 개연성이 강하다.

▲20대=하지만 한국판은 너무 금잔디·구준표의 러브라인에 초점을 맞춰 나머지 캐릭터들이 죽는 것 같아 안타깝다.

▲30대=원작에서는 큰 줄기 중 하나인 소이정(김범)의 첫사랑 얘기가 안 나와 추가을(김소은)과 사랑에 빠지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또 일본판에서는 여주인공이 극도로 가난하면서도 긍정적인 성격이어서 안하무인 남자친구를 바르게 이끌어간다. 반면 한국판은 금잔디가 늘 소리지르고 신경질적이어서 오히려 남자주인공이 달래주는 상황이라 여주인공에 대한 몰입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구준표 역할을 맡은 신인 이민호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유가 뭘까.

▲10대=이민호는 딱 보고 반하는 이상형의 외모는 아니지만 제멋대로인 부잣집 아들이 금잔디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귀엽고 멋있어 점점 좋아졌다.

▲20대=못된 것 같으면서도 인간적이고 대범할 것 같으면서도 소심한 듯 아이러니한 모습이 매력인 것 같다.

▲30대=처음에는 이민호를 보고 “어디서 나훈아를 데려왔느냐”며 말이 많았는데 연기를 워낙 잘해 모두 불식시켰다. 하지만 우리 또래는 겉으로 못됐으면 내면은 뭔가 다를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20대=10대는 드라마 캐릭터에 빠지는 데 우리는 그걸 연기하는 배우를 보는 것 같다.

▲30대=맞다. ‘저 배우가 나중에 잘될까’, ‘저 배우는 춤까지 췄는데도 반응이 없어 불쌍하다’ 등 배우에게 감정이입을 한다.(웃음)

―극중 자살 시도, 왕따, 집단 구타, 클럽 출입 등으로 막장 논란이 일고 있는데.

▲10대=고등학생들이 클럽에서 놀고 교복도 안 입는데 부모님이 그냥 내버려두는 게 이해가 안 간다.

▲20대=원작을 안 본 사람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원작을 알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나친 왕따 행태를 보고 청소년들이 모방할까 걱정이 되는 측면도 있다.

▲30대=원작에서는 상황 설정이 훨씬 극적이다. 대만판은 더 리얼하게 묘사했다. 한국은 스토리 전개상 필요한 정도로만 나온 수준이다.

―왜색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0대=한국판이 나오고 난 뒤 워낙 이슈가 되니 ‘꽃남’을 전혀 몰랐던 애들도 일본판까지 찾아본다. 친구 중 하나는 일본판을 본 뒤 거기에 나온 소품을 일본에서 주문해 살 정도다.

▲20대=처음 원작을 봤을 때 일본만화에 관심 있어서가 아니라 어쩌다 보게 됐는데 너무 재밌었다. ‘프리즌 브레이크’ 등 미국 드라마와 그 주인공에 열광하는 것은 미국 문화가 좋아서가 아니다. 콘텐츠가 좋기 때문이다. 왜색을 우려할 시대는 지난 것 같다.

▲30대=일본문화 개방했을 때도 비슷한 우려를 많이 했지만 기우였지 않나. 정치와 문화는 별개다.

―어떤 결말을 기대하나.

▲10대=원작을 바탕으로 한 일본영화 ‘리턴즈’에서는 주인공들이 결혼했다. 내 또래는 흐지부지하거나 관객의 상상을 유도하는 열린 결말이 짜증난다고 한다. 주인공들이 영화처럼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까지 보여줬으면 좋겠다.

▲20대=원작은 주인공들이 끝까지 고등학생으로 머물러 있다. 한국 사람들은 늘어지는 걸 싫어하니 원작대로 가되 질질 끌지 않았으면 좋겠다.

▲30대=주인공들이 결혼을 안 하고 금잔디가 F4와 한 번씩 다 연결되는 것도 재밌을 듯하다. 대리만족으로.(웃음)

진행=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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