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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성차별 철폐" vs "또 다른 혐오"… 페미니즘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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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30 10:33:35 수정 : 2018-07-01 20: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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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를 중심으로 일부 여성들은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라서 경찰이 적극 수사에 나섰다며 규탄 시위를 열었다(오른쪽 사진). 시위에서 여성들은 여경과 남경의 비율을 9:1로 하자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극단적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시위가 서울에서 개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뜨거운 감자’ 된 페미니즘

올해 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부터 각종 몰래카메라(몰카) 사건과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 성추행·강압촬영 사건, 대규모 여성 집회까지…. 2018년 상반기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는 ‘페미니즘’이었다.

성별에 따른 차별 철폐와 기회의 평등, 특히 여성의 권리 신장을 기치로 내건 페미니즘 열풍이 일었다.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진 성차별적 행태와 미비한 제도상 허점 등을 파고들어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부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남성 혐오 표현과 과도한 참여 독려 등이 남·녀 또는 여·여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페미니즘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82년생 김지영’들의 각성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페미니즘 열풍에 불씨를 붙였다. 대부분 미투 사건에서 가해자는 권력을 쥔 남성, 피해자는 직급이 낮고 약자인 여성으로 나타나면서 공감과 분노가 들불처럼 번졌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한 여성들 간 의견 교환이 큰 흐름을 만들고 다시 오프라인으로 번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출판시장만 보더라도 페미니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한 여성이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겪은 차별을 그린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올라섰다. 2016년 10월 발간돼 지난해 말 누적 판매량 50만부를 넘어선 이 소설은 올해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3∼5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여성학 신간 발행 종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주최한 여성들만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도 올 들어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무고한 여성의 피해에 여성들이 ‘여성 혐오 범죄’라고 주장하며 모였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여성들은 주최 측의 조직력에 기대지 않고 자발적으로 모였다.

지난달 19일과 이달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두 차례 열린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는 각각 1만2000명, 4만5000명이 모였다.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열린 역대 최대 규모 집회를 연이어 기록했다. 지난 2일에는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 코리아 앞에서 여성 상의탈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페미니즘 단체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만든 가방, 의류, 휴대전화 케이스 등 이른바 ‘페미 굿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는 초·중·고교생이 늘면서 성평등 교육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고개 드는 반발 여론, 왜?

일부에서 보이는 페미니즘 과잉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성차별 철폐나 성평등 촉구가 아니라 남성 혐오와 여성우월주의가 페미니즘 진영 기저에 자리 잡고 있다는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와 ‘워마드’ 등에서 흔히 쓰는 혐오 발언을 문제삼기도 한다.

두 차례 혜화역 집회에서는 남성 경찰을 가리켜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빗댄 표현)이라고 하거나 남성 성기를 언급한 욕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여기에 심한 모멸감을 느끼는 시민이 많았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성평등 수사를 촉구한다며 열린 시위에서 왜 굳이 남성 혐오 표현을 써 가며 열을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카페 등 온라인에서는 연일 남녀 간 ‘댓글 전쟁’이 벌어진다.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과 외모 비하, 조롱, 욕설이 난무한다. 최근에는 화장이나 치마, 하이힐 등을 거부하는 ‘탈(脫)코르셋’ 운동 동참 여부를 두고 여·여 갈등이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이나 대학가 등에서는 페미니즘 언급을 꺼리는 상황도 빚어진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신모(21·여)씨는 “남자애들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여자애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얘기는 일부러 쉬쉬한다”며 “괜히 싸움으로 번질까봐 걱정해서”라고 말했다.

◆“당연한 일”vs“문제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소 엇갈린다. 페미니즘을 향한 비판이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됐다거나 사회운동 측면에서 당연히 겪는 일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혐오 표현과 갈등 조장 등이 결국 페미니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일부 페미니스트가 남성 혐오 표현을 쓰는 등 과격해지는 건 지금까지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회 주류인 남성들이 보기에는 ‘폭력적이다’는 식으로 고립시키고,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류혜진 여성인권진흥원 대외홍보팀장은 “여성 혐오가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에 기반한 것인데, 권력자 위치에 선 남성들은 혐오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그런데도 남성 혐오라고 하는 자체가 여성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 국민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극단주의적인 경향이 우리 사회 공동체 전체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데 여성 입장만 무리하게 강조하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전부 적으로 돌리면 자연히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주영·김청윤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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