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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여성유죄 남성무죄” 사상 최대 집회… 맞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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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0 19:30:00 수정 : 2018-05-20 22: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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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도심서 여성 1만2000여명 모여 / ‘홍대 男 모델 몰카 사건’ 수사 규탄 / 시위 가열되며 눈살 찌푸릴 언행도 / 경찰 “주장 사실과 달라” 통계 내놔 / 2016·2017년 ‘몰카 범죄’ 남성만 구속
“동일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주말인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는 이 같은 구호를 외치는 여성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래카메라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 수사가 이례적으로 강경했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는 1만2000여명(경찰 추산 1만명). ‘여성’이라는 의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홍대 몰카 사건 피의자가 여자라서 구속됐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경찰은 몰카 사건의 경우 성별이 아닌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구속 수사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와 2016년에는 남성 몰카 사건 피의자들만 구속됐다.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래카메라 사건’의 피의자 안모(25·여)씨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모델 안씨는 지난 1일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뒤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여성들은 왜 거리로 나섰나

이날 집회 참가자 규모는 당초 경찰이 예상한 500명을 훌쩍 뛰어넘어 1만명을 넘겼다. 이는 최근 주요 여성 집회들인 지난 3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집회(2000명·경찰 추산 1500명)나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당시(2500명·경찰 추산 1000명)과 비교할 때도 4∼5배에 달하는 숫자다.

이처럼 많은 참가자가 모인 이유는 미투 사건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하다는 문제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음 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통해 모인 참가자들은 “편파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회 전반의 성 차별 규탄을 위해 모였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빨간 옷을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 등을 꼈다. 이들은 ‘동일범죄 동일처벌’이란 문구가 적힌 막대풍선을 흔들거나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던 거네’, ‘또 몰카찍나’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든 채 “워마드는 압수수색 소라넷은 17년 방관” 등의 구호를 끊임 없이 외쳤다.

발언대에 선 한 참가자는 “노출이 심한 여성을 몰래 찍는 건 처벌 대상도 아니다”라며 “여성을 상습 성추행하고 몰카 찍은 20대 집행유예, 소개팅녀 알몸을 친구에게 유포한 의사도 집행유예”라고 소리쳤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남성 성범죄자의 사례가 언급될 때마다 큰 야유가 터져나왔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국내에서 열린 사상 최대 규모 집회다. 연합뉴스

◆일각선 과격한 언행·조롱도

참가자들은 대부분 질서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집회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일부 마찰도 빚어졌다. 지나가는 남성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집회 장면을 찍으려 할 때 “찍지 마, 찍지 마”라고 외쳐 실랑이가 벌어지는가 하면, 남성 경찰과 기자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말도 곳곳에서 빗발쳤다.

집회 시작 전에는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남성이 참가자들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려다 물세례를 맞고 경찰에 의해 시위 장소 밖으로 끌려 나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염산 테러를 계획한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참가자들이 고함을 지르며 분개했다.

각종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경찰 캐릭터인 ‘포돌이’ 형상을 한 박을 깨뜨리는가 하면, 대형 현수막에 그려진 ‘법전’에 물감을 던지기도 했다. 예상보다 참가자가 많아 오후 4시쯤엔 이화사거리에서 혜화동로터리 방향 4차선이 전면 통제돼 인근 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빚기도 했다.

◆“여자라 구속”은 사실 아냐

20일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3일까지 경찰에 검거된 몰카 피의자 1288명 중 남성은 1231명이다. 이 가운데 34명이 구속됐다. 구속된 여성 피의자는 홍대 몰카 사건의 피의자 안모(25·여)씨가 유일하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3년을 통틀어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전체 몰카 피의자 5437명 중 남성이 5271명이었으며 119명이 구속됐다. 2016년에는 전체 피의자 4491명 중 남성이 4374명이었고 135명이 구속됐다. 이 기간 동안 여성 피의자 283명 중 구속된 사람은 없다.

그 전에도 대부분 몰카 피의자는 남성이었다. 흔치 않지만 남성과 여성이 함께 구속된 사례도 있다. 2014년 7월부터 11월까지 수도권과 강원도의 워터파크, 스파 등 6곳의 여자 샤워실 내부에 몰카를 설치하고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34)씨 일당에는 최모(27·여)씨도 끼어있었다.

긴급체포는 어떨까. 지난달 한 보험회사 여직원 탈의실에서 쇼핑백 안에 휴대전화를 넣어 몰카를 찍은 혐의로 고소당한 김모(32)씨는 경찰 수사 하루만에 긴급체포됐다. 같은 달 28일에는 오피스텔 여자 화장실에서 칸막이 밑으로 휴대폰을 밀어 넣어 촬영하려다 적발된 박모(23)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구속 수사 여부는 사안의 중대성이나 죄질 등을 따져 결정한다”며 “가·피해자의 성별이 아닌 구체적인 별도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집회에서 나온)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몰카 범죄는 지난해 정부의 종합대책 수립 이후 엄정히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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