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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어느새 적폐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개 숙인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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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8 06:00:00 수정 : 2017-10-18 01: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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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말 그대로 용광로처럼 끓고있다. 숙원사업이던 수사권 조정은 물 건너간 듯 보이고 오히려 개혁과 수사 파도가 덮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만 해도 경찰은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촛불 정국에서 대처도 매끄러웠다. 수사권이 바로 눈 앞에 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발이 꼬이면서 내부불만이 지금은 끓어넘치기 직전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첫 단추는 외부인사와 학계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잘못 꿰었다는 게 일선 경찰의 시각이다. 예컨대 개혁위는 집회·시위 채증은 ‘과격한 폭력이 임박’한 때로 축소하고, 긴급체포시에는 상급자에게서 사전 허락을 받으라고 권고했다. 경찰 수뇌부는 개혁위의 이런 요구를 전부 받아들였지만, 일선 경찰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연속적인 집회·시위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폭력이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경찰이 그걸 사전에 예측하고 촬영을 하냐는 것이다. 또 긴급체포는 말 범죄자의 도주·증거인멸 등이 우려될 때 말 그대로 긴급상황에서 하는 체포인데, 그렇게 사전 허가를 받다보면 범죄자는 이미 달아나고 없을 거라는 게 일선 경찰의 우려다. 이 때문에 일부 경찰들은 인권친화를 명분으로 내건 개혁안을 두고 “범죄자 친화적”이라고 꼬집는다. 한 경찰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해 차벽, 살수차, 채증 등을 사실상 봉쇄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그 자유에 따른 불이익은 일반 시민들이 감당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백남기 농민이 종로 부근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자 동료들이 달려가 구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사망에 대한 수뇌부의 일처리를 두고도 일선 경찰은 냉소적이다. 현재 경찰은 4명이 검찰에 기소당했다. 한 경찰은 “경찰이 잘 했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백씨가 경찰버스에 밧줄을 걸어 잡아당기다 물대포를 맞았다는 팩트에 대해선 기억을 해둬야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은 “경찰 수뇌부가 수사권 조정을 위해 현장 경찰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사건”이라고 평했다.

구은수 前 서울청장.
여기에 검찰의 경찰 수사도 또 다른 뇌관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14년 다단계 유사수신 업체인 IDS홀딩스의 유모 회장에게서 특정 경찰관을 승진·전보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수사 중이다. 경찰 안팎에선 “검찰이 수사권 조정 분위기를 물타기 하려고 경찰을 겨냥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돌고있다. 이 때문에 현직 경찰 여럿이 다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경찰 내부가 뒤숭숭하다.

그러나 이렇게 경찰에 닦친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묘책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수뇌부와 일선 경찰 사이엔 위기감에 대한 온도차도 어느 정도 있다. 한 경찰은 “나름 촛불정국도 잘 관리하면서 현 정권 탄생에 경찰이 일조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경찰이 적폐취급을 당하고 있다”며 “그저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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