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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늦게 응모', '행운의 번호'··· 朴 재판 당첨권 받으려는 기발한 아이디어 만발

입력 : 2017-07-15 10:00:00 수정 : 2017-07-15 07: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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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초동 서울회생법원에 마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 방청권 추첨장소를 알리는 팻말.

“박근혜 대통령을 응원하러 왔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으로 인파가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열리는 추첨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37~40회 공판 방청권을 타내려는 이들이다. 대부분 60~70대로 보이는 이들은 하나같이 “박 전 대통령을 위해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추첨 절차는 단순했다. 추첨이 진행되는 법정 앞에서 신분증을 확인받은 뒤 번호가 적인 추첨권을 받아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 법정 안 응모함에 넣으면 그만이다. 오전 11시 법원 관계자와 신청자 중 지원자 몇명이 응모함에서 번호를 뽑는 식으로 추첨은 이뤄졌다.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법정 앞에 놓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 방청권 응모함. 출처=KBS 방송 캡처

1시간 전 법정에 도착해 가장 먼저 왔다는 김상준(68)씨는 추첨번호 1번을 받아들었다. 그럼에도 뒤이어 온 이들이 추첨권을 함에 속속 집어넣는 데도 지켜보고만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기 위해 추첨 때마다 찾아왔다는 김씨는 “(당첨 비결과 관련해)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응모함에 먼저 넣으면 뒤이어 쏟아지는 번호표 아래 파묻히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떨어진다”며 “나중에 넣는 것이 유리하다”고 그간 경험에 근거한 주장을 펼쳤다.

“그럼 굳이 1번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좋은 번호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고 답했다. “당첨에 유리할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주장이 미심쩍었지만, 실제로 법정 앞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추첨 번호를 받기 위한 눈치싸움이 이어졌다. 한 남성은 법정 앞에 서 다른 이들이 무슨 번호를 받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100번을 받기 위해 줄도 서지 않은 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추첨장에 모인 이들은 그간 안면을 튼 듯 꽤 친해보였다. 상대에게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하고 다가가 안부를 묻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가 “추첨권을 넣은 분들은 휴대폰으로 따로 알려드린다"며 "가셔도 된다”고 안내했으나, 상당수는 번호나 추첨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자리를 지켰다. 

이모(70)씨는 “어렵사리 당첨돼 지난 월요일 공판에 갔는데, 박 전 대통령이 발가락을 다쳐 나오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꼭 얼굴을 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방청권의 모습. 지난 12일에는 37~40회의 방청권이 추첨돼 4장을 받았다.

오전 11시가 되자 추첨이 시작됐다. 시끌벅적하던 법정이 한 간 고요해졌다. 

법원 관계자가 먼저 응모함을 손에 들고 돌려 번호표를 뒤섞은 뒤 뽑기 시작했다. 당첨 번호가 호명되는 순간 곳곳에서 환호와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씨의 전략(?)이 통했는지 1번과 100번이 연이어 호명됐다. 순간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나와 의아했다. 신기하게도 1번을 받은 김씨는 4개의 공판 중 2개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 이에 반해 33번을 받은 기자는 모두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박 전 대통령 공판의 방청권 경쟁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 5월19일 첫 공판 때는 일반인에게 배정된 68석을 차지하기 위해 521명이 몰렸다. 경쟁률만 7.66 대 1에 달했다. 이날은 310명이 모여 4.55대 1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기자처럼 여전히 당첨은 쉽지 않았다. 한 법원 관계자는 “당첨되면 로또(온라인복권)를 사라고 말씀드린다”며 농담을 건넸다.
 
지난 12일 서초동 서울회생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 방청권 추첨이 끝난 뒤 이를 지켜보던 인파가 추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공판을 보려고 이날 서울회생법원을 찾아온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추첨이 끝나고 나오면서 하나둘씩 법원에 맡겨놨던 태극기를 되찾아 흔들기 시작했다. 법원 입구에서는 태극기를 든 무리가 무언가를 논의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당첨된 이들이 대부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인 탓에 법원 측은 고민이 많다고 한다.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의 등장과 휴정 때마다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등의 구호를 외쳐 정숙해야 할 법정 분위기를 흐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에는 한 남성 지지자가 박 전 대통령의 등장에 “대통령님께 경례”를 큰소리로 외쳐 판사로부터 퇴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나가면서도 “애국국민 만세, 민족의 혼을 지켜야 합니다”라고 거듭 외쳤고, 일시 법정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법원조직법 61조에 따르면 폭언과 소란 등의 행위로 법원 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현저하게 훼손한 이에게는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거나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돼 지지자들에게 과태료나 감치 조치를 내린 적은 아직 없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감치에 처한 이는 경찰서 유치장,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갇히게 된다.

글·사진=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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