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사정기관에 따르면 2011년 국정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매일 새벽 이런저런 문서를 전달했다. 전달 장소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2월 준공한 연풍문(年豊門, 옛 북악안내실)이었다. 국정원이 밀봉 문서를 연풍문에 근무하는 경찰관에게 맡기면 정무수석실 행정관 A씨가 출근하면서 수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에 별도의 문서 접수대장은 없었고 수령을 확인하는 서명만 이뤄졌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이 2011년 11월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
국정원 보고서는 파쇄기 안에서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러나 A씨가 2012년 4·11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2011년 12월 청와대 근무를 그만두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A씨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문서를 틈틈이 모아뒀다가 몰래 갖고 나온 것이다. 그 분량만 715건에 달했다.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특검팀 박태석 특별검사가 서울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
세계일보 취재팀은 2015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재판이 진행되던 중 A씨가 유출한 청와대 보고서 715건 중 일부를 입수했다. 당시 세계일보는 검찰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국기 문란급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몰고 가면서도 이명박 청와대 시절 유사 사건인 A씨의 경우 벌금형으로 솜방망이 처리한 점에 주목, 이를 보도한 바 있다.
<2015년 10월29일 1·3면, 11월6일 1·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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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은 최근 국정원이 정치개입 논란 등 적폐 청산을 위해 ‘개혁 발전위원회’를 출범한 것을 계기로 과거 입수 문건을 재검토, 후속 취재에 착수했다. 현직 검사 등이 포함된 국정원 개혁위 산하의 ‘적폐청산 티에프’팀은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 등 주요 정치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재조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민순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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