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역대 정권마다 등장한 '수상한 재산'…이번에는

관련이슈 최순실 게이트

입력 : 2016-12-25 18:45:31 수정 : 2016-12-26 01:18: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대 걸쳐 부정축재 대물림/ 최태민, 1978년 구국봉사단 발족/‘영애’ 내세워 대기업서 갈취·축재/ 최순실도 재단기금 모금 ‘닮은꼴’/ 37년간 임기응변식 조사
박정희, 봉사단해체 지시 이행안돼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거액 재산 형성 과정에 의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역대 정권마다 최태민·순실 부녀의 재산 축재 의혹을 조사했지만 37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선보다 치열했던 예선으로 평가받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최씨 부녀의 재산 의혹은 뜨거운 이슈가 됐지만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씨 일가가 2대에 걸쳐 재물을 끌어모은 것은 그들의 뒤에 영애에서 국회의원, 그리고 청와대에 입성한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정희 대통령 숭모회 이영도 회장이 중앙정보부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최태민 가계도’(가운데)와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의 의붓오빠인 조순제씨의 녹취록, 노태우 정권 당시 만들어진 최태민 일가 재산 관련 보고서와 노무현 정권 당시 이해찬 의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최태민 관련 자료(윗쪽 오른쪽부터).
◆박정희 시절 중정 보고서, ‘친국’에도 멀쩡한 최태민


최태민씨의 부정축재의 실체는 10·26사태 3일 전인 1979년 10월23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올린 ‘최태민 비리 관련 중앙정보부 보고서’에 나온다. 핵심은 최씨가 박근혜 영애를 팔아 대기업에 전화해 공사를 따내거나 납품을 알선해주면서 커미션을 챙긴다는 것이다.

1978년 구국봉사단으로 개편 발족한 이 단체의 총재로 취임한 박근혜 영애가 형식상으로는 업무를 관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비공식 고문격인 최씨가 전권을 위임받아 행정부와 정계, 경제계, 언론계 등 각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적었다.

특히 1978년 7월 운영비 조달목적으로 대한통운 회장 최원석 등 10인의 실업인을 운영위원으로 위촉, 운영위원회를 발족한 이래 계속 증원해 1979년 10월에는 국내 재벌급 기업인을 거의 망라한 60명선에 육박, 1인당 입단 찬조비 2000만~5000만원에다 매월 200만원씩 운영자금을 조달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딸인 최순실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내세워 삼성과 현대차 등 53개 기업으로부터 774억원 출연을 받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최씨의 부정축재는 막을 수도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7년 9월20일 최씨와 박근혜 영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등을 배석시켜 친국을 했고, 이후 ‘최태민을 거세하고, 청와대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고, 구국봉사단 관련 단체는 모두 해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지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임기응변식 조사

전두환 정권은 최태민씨와 다섯째 부인 임선이(최순실 자매 친모)씨를 조사했지만 재산 문제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최씨의 의붓아들인 고 조순제씨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이가 무슨 재산관계니 이런 거 조사한 거 없어요”라고 말했다. 조씨는 그러면서 “박통(박정희 대통령)이 죽고 나서 전두환이가 (박)근혜는 절대 안 건드려. 신성시하고 다만 접촉 못하도록 차단만 하지. 그러니까 더 무능해진 거야. 무능해지고 맨날 저만 생각하고 최태민만 생각하고”라고 증언했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9년에는 사정당국이 조사를 했지만 “최태민씨 부부의 소득원이 확인되지 않고 부동산 취득 자금 출처도 불분명하다”고 결론내렸다. 노태우정부의 ‘최태민 일가 재산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씨와 임선이씨, 최순득·순실·순천 등 세 딸이 이미 당시에 서울 강남 등지에 시가로 100억원대(현재 시가로는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순실의 언니인) 최순득씨 부부가 취득한 부동산이 총 63억원에 달해 출처 불명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순득씨 부부가 현재 소유 중인 서울 삼성동의 지상 6층, 지하 3층짜리 빌딩(승유빌딩)에 대해 “(모친인) 임씨가 명의만 빌려주는 방식으로 건물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돼 정밀 세무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YS·DJ·노무현정부도 꼬리만 겨우 잡아

1997년 김영삼정부 말기 시작된 임선이·최순실·정윤회 세무조사는 1999년 김대중정부에서 마무리됐지만 증여세 탈루 등만 포착했을 뿐 최씨 일가 자금 원천 파악에는 실패했다. 당시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했던 관계자들은 “최태민씨의 자금 원천을 추적한 세무조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최순실씨는 당시 소득의 출처에 대해 “초이태권도와 영진전문대 등에서 받은 것”이라고 국세청에 소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국세청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 즈음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입성한다.

박 대통령이 대권주자로 부상한 노무현정부에서도 최씨 부녀의 부동산내역을 항목별로 정리했지만 자금 원천 파악까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영달 당시 열린우리당 대표는 2007년 6월 당 연석회의에서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라면 몰라도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전 시장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그런 중요한 자료들을 우리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료가 전두환 정권시절 ‘박근혜 의혹’을 조사한 국가안전기획부 보고서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특별취재팀과 만나 “참여정부 시절에도 국정원이 최씨 일가 재산을 들여다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여권 대선주자이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최태민 보고서’가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