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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익 받을까봐… 직장인 우울증 ‘속앓이’

입력 : 2015-11-06 19:16:47 수정 : 2015-11-06 21: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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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 우울·무기력감 몰려와
2014년 회사원 1000명 중 7.4% 진단
‘주위 불편한 시선’ 의식해 숨겨
동료·고용주에 알린 경우 34%
병원진단 받고 병가·결근 31%뿐
“증상 조기발견·치료 지원해야”
회사원 김모(31·여)씨는 직장생활 5년 만에 ‘마음의 병’을 얻었다. 주말을 가리지 않는 야근과 회식에다 개인 생활은 제쳐 두고 일에만 파묻혀 지낸 결과다. 어느 날부터인가 무기력감이 몰려오더니 사무실에 있다가도 문득 눈물을 흘렸다. ‘이상하다’ 싶어 의사를 찾아갔더니 우울증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회사에서 알게 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말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며 안쓰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비단 김씨만 그런 처지가 아니다. ‘현대인의 병’이라는 우울증이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위의 ‘불편한 시선’과 불이익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우울증을 숨긴 채 사는 직장인이 많은 것으로 추정돼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홍진표 성균관대 의대 교수의 ‘한국 직장인에서 우울증의 인식과 태도조사 및 우울증이 근무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7.4%다. 지난해 18∼64세 회사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는 영국, 이탈리아, 터키, 스페인 등 유럽 7개국 직장인 가운데 평균 20%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조사와 차이가 크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비율이 낮다’고 안심할 수 없다. 홍 교수팀은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유럽보다 우울증이 더 적은 게 아니라 우울증을 숨기거나 참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 과소진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사 대상 직장인들은 심혈관질환과 청력손실, 알코올중독, 뇌혈관질환, 우울증 가운데 우울증을 세 번째로 심각한 질환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직장인 중 그로 인해 병가나 결근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31%에 불과했다. 이를 고용주나 동료에게 알린 경우도 34%에 그쳤다. 직장인의 우울증 주요 증상은 기분저하와 슬픔, 일상 흥미 상실, 수면장애, 불면증, 이유없이 우는 증상, 체중과 식욕의 변화 등이라고 답했다. 다른 동료와 거리를 두거나 근무지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것, 평소보다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등의 증상도 호소했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다른 회원국 평균 1770시간보다 354시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랫동안 일하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홍 교수는 “직장인의 우울증은 생산성 손실뿐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며 “우울증을 빨리 발견해 치료하기 위한 의료체계나 직장인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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