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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검찰 정보력…금수원 뒷북 진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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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21 18:46:53 수정 : 2014-12-08 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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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원에 없는 줄 알면서도 뒷북 진입 왜
유병언 행방·비리 단서 찾기
검찰이 21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을 수색했다.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8시간 뒤졌지만 유 회장을 붙잡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 17일 이뤄졌던 장남 대균(44)씨 체포 실패를 반복했다.

◆보여주기 위한 검거 작전

검사와 수사관 70여명은 낮 12시쯤 승용차와 승합차, 긴급호송차량 등 차량 7대에 나눠타고 금수원에 들어가 유 회장과 대균씨 검거를 시도했다. 수색은 수사관들이 신도 한 명의 안내를 받아 한 팀이 수색하고 나면 다른팀이 같은 장소를 또 수색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검찰 수사관들이 건물은 물론 야산 등산로까지 샅샅이 훑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오후 8시쯤 철수했다. 엄청난 작전을 펼치는 듯했지만 빈손이나 마찬가지로 나왔다. 유 회장이 지난 17일 금수원을 탈출한 것을 알고도 들어갔다는 점에서 실패는 예견됐다. 검찰은 신병 확보 실패에 대해 “답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대신 검찰은 유 회장과 대균씨 행방을 추적하는데 필요한 단서 확보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류 등 박스 8개를 들고 나왔다. 금수원대강당 정문을 비추는 CCTV 서버와 유 회장이 사진작업을 했던 스튜디오, 강당, 수련원 등에 있던 자료를 압수했다. 또 ‘비밀별장’으로 알려진 금수원 인근 ‘오흥리 연수원’(호미영농조합)의 폐쇄회로(CC)TV 서버본체도 압수했다. 

검경이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 구인장 집행에 돌입한 21일 오후 경기 안성시 보개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금수원으로 검찰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검찰이 금수원 정문을 통과한 건 유 회장이 실질적인 교주로 있는 구원파 신도들이 금수원 내외부에 집결해 저항하며 농성에 들어간 지난 13일 이후 8일 만이다.
안성=이재문 기자
◆‘우리가 남이가’ 플래카드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금수원 정문을 막고 농성해 온 구원파 신도들은 강경했다. “순교도 불사한다. 검찰은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오전 11시쯤 열린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이태종 구원파 임시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유 회장과 구원파가 오대양 사건과 관련 없다고 검찰이 공식 통보해왔다”며 “유 회장의 인간방패로 오해받아 투쟁을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희생자와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큰 절을 했다. 정문을 가로막았던 신도들은 대변인의 해산 요청에 하나 둘씩 일어나 길을 텄다. 일부 신도가 “왜 문을 열어줘야 하느냐.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비키지 못하겠다”며 반발했지만 혼란은 없었다.

정문에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격렬히 저항하던 신도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의아하다. 유 회장의 도피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문을 열어주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여기에다 “오대양과 구원파는 무관하다”는 검찰의 확답까지 받아내 명예회복이 이뤄졌다. 장기간 농성에 신도들이 지친 데다 법 집행을 계속 방해할 경우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는 점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계웅 기독교복음침례회 사무국 홍보담당은 “내일부터 신도 집회는 없을 거다”고 말했다.

이날 정문에는 새로운 플래카드가 추가됐다. ‘우리가 남이가’였다. 검찰과 구원파 간 화해무드가 조성됐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1992년 선거를 앞두고 부산 초원복집에서 당시 김기춘 법무장관이 기관장들을 불러 모아놓고 했던 말이다.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검거를 위해 검찰 체포조가 투입된 21일 경기도 안성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금수원에 법무부 차량(파란색)이 주차돼 있다.
안성=연합뉴스

◆인간방패 막이에 굴복한 검찰

본 신문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기사에서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가 그 배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에 대해 인천 지방검찰청은 공문에서 오대양 사건이 “당시 수사기록 검토 결과 집단자살이 구원파 측이나 유병언 회장과 관계있다거나 5공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혀와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평신도들의 모임으로 목사라는 직위가 없어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목사로 재직한 사실이 없으며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신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편, 유 전 회장 유족 측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은 물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 천해지의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아니고, 유 전 회장은 높낮이모임을 통해 회사 경영에 참여한 사실이 없으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추정재산 중 상당수의 땅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이 유기농 농산물 재배를 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유 전 회장의 소유가 아니고, 해외에 어떤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검찰이 금수원에 진입하기 위해 막후에서 조율했던 협상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도들이 오대양 사건과 구원파가 무관하다는 주장을 거론했고 관련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 집단 자살이 구원파와 관계가 있다거나 5공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법 집행을 방해하는 신도들과 협상을 한뒤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적절치 못한 선례라는 분석이다. 종교 탄압을 앞세워 인간방패 막이를 치고 실력행사를 했던 구원파 신도들이 향후 특검 등 수사에 협조하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유 회장 검거 못지않게 불상사 방지도 중요하다”며 “종교와 이 사건 수사는 무관하다고 말해왔는데 (구원파 신도들의 시위가) 계속 진행돼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조성호 기자, 안성=정선형 기자 comm@segye.com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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