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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러벳 지음/조은경 옮김/나무의철학/1만6000원 |
1998년 7월8일 미국 콜로라도 주 제퍼슨 카운티의 윌리엄 코디 닐은 보안관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여성 3명을 살해했다고 고백했다. 몇 시간의 협상 끝에 닐은 변호사나 국선변호인과 먼저 상담하는 조건으로 자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보안관 사무실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선임 지방검사보인 마크 포틀러와 접촉해 그를 국선변호인으로 가장해 닐에게 접근하게 한다. 자신을 마크 팔머라고 소개한 포틀러는 닐에게 전화 사용과 담배 제공을 약속하고 그가 자수하도록 설득했다. 후에 닐은 유죄판결을 받고 사형을 언도받았다.
포틀러의 행위에 대해 검찰 동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콜로라도주 변호사규정자문은 입장이 달랐다. 포틀러는 변호사의 부정행위·사기·속임수 또는 허위진술과 관련된 행동을 금지하는 변호사징계령 위반으로 기소됐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는 포틀러가 법조인으로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결해 1년간 감찰을 받고 20시간 법률윤리수업을 들을 것을 명령했다.
스티븐 러벳 미국 노스웨스턴 법학대학교 교수가 신간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에서 ‘법과 정의의 딜레마’를 설명하며 제시한 실례다. 논쟁이 될 만한 이 같은 사례들을 다수 수집한 저자는 그와 관련해 발표했던 칼럼을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각각 의뢰인·변호사·판사·학계·의학계에 대해 다룬다.
책의 일관된 주제는 ‘정의의 실현을 위해 법의 역할이 얼마나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가’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정의만이 존재할 것 같은 법조계와 법정에 얼마나 많은 위선과 기만이 횡행하는지도 폭로한다. 네바다주의 게리 데이비스 판사는 법원건물에 골동품을 전시해 놓고 판매하는 등 법정을 개인사업장으로 이용했다. 1895년 당시 금지되었던 동성연애로 법정에 서게 된 아일랜드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변호사에게도 동성애 의혹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이 같은 사례들은 새삼스럽게 정직함과 청렴함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원제도 ‘The Importance of Being Honest’(정직함의 중요성)이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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