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은 1900년대 미국인 선교사들이 광주에 근대 문화를 처음으로 전파한 지역으로 ‘광주의 개화1번지’로 통한다. 1904년 최초로 양림동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한 유진벨(Eugene Bell, 1868~1925) 등 여러 선교사들의 자취와 더불어 1900년대 광주지역에 유입된 근대역사문화의 소중한 자원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양림동이다.
광주시는 광주의 개화기 근대문화자원과 애국애족운동의 발원지, 전통 고가옥을 비롯한 문화재군 희소성 등을 고려해 양림동 일원에 역사문화마을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일대 주민들과 시민들의 눈으로 바라 본 지난 세월들은 어떤 모습일까.
현대미술의 대제전인 2012광주비엔날레를 맞아 양림동 ‘105-28번지’에서는 9월 5일부터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12광주비엔날레 시민참여 프로그램인 ‘나도 비엔날레 작가, 마실’의 일환으로 (주)아트주가 제안한 <양림동 인상(印象)전>이 선정․진행되는 것이다.
‘양림동 105-28번지’에서 실내 공간들과 건물 외벽을 이용해 선보이고 있는 총 60여 작품의 사진들은 양림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통해 수집되었다. 이를 위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소중한 사진자료에 대한 대대적인 수집이 함께 이뤄졌다.
양림동에서 나고 자란 서양화가 한희원은 재개발 사업으로 허물어지는 양림동 노후 가옥의 창틀을 수집해 그 위에 ‘창틀 속에 사라진 고향을 담다’라는 주제로 추억을 그려냈고 주홍작가는 작고 예쁜 양림동 골목들을 렌즈에 담아 <양림동 인상전>에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19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사진을 통해 양림동의 근대문화 태동과 형성 시기를 알아보는 <양림의 시간들>,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한 공모한 <렌즈를 통해 바라보다>, 광주근대문화를 꽃피운 양림동의 인물들과 유명 인사들을 만나는 <People in 양림> 그리고 <작가초대전>으로 알차게 꾸며졌다.
또 양림동 출신의 시인 김현승(1013~1975)을 기념하는 공간도 2층에 마련되었다. 한국 문학의 거봉인 김현승 시인이 어릴 적 감수성을 키우고 시의 토대를 잡았던 곳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에는 시인의 호를 따서 ‘다형다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시를 기획한 (주)아트주 정헌기 대표는 “근대역사문화마을 양림동의 옛 사진들을 한데 모으고 마을주민들의 소중한 과거를 공유하기 위해 이 전시를 마련했다”며, “현재 양림동의 모습을 온전히 주민과 시민들의 눈으로 바라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는 벌써 10년째 양림동에 터를 잡고 문화사업을 펼쳐온 양림동 주민이기도 하다.
본 전시를 관람한 김포천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은 “광주가 문화도시, 창조도시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것은 비엔날레나 국제문화축전 같은 큰 축제로서의 힘만이 아닌, 골목길 문화 풍경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격려했다.
협소하고, 별 특징없는 골목과 주택이라는 일상공간을 창조적인 문화공간으로 재해석 해 낸 것은 어느 한 사람의 의지만은 아니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 함께 공간을 돌보고 있는 마을 주민들, 또 이런 작은 문화적 실험을 격려해 마지않는 지역의 문화인들 모두가 문화도시 광주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주역일 것이다.
이한호(쥬스컴퍼니 대표 / ceo@comefun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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