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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피토하며 죽어" 가습기살균제 문제 대책없나

입력 : 2012-09-21 16:53:00 수정 : 2012-09-21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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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아이를 보고 혹시 균이 있어 잘못된 거 아닌가 싶어 그 피를 받아 마셨다. 아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피해 아동의 아버지 장모씨는 딸을 잃은 슬픔을 털어놓으며 이같이 말했다.

장씨는 “마흔넷에 낳은 늦둥이 딸은 내게 과분할 정도로 소중하고 예쁜 아이였다”며 “아이를 위해 감기 걸리지 말라고 가습기도 틀어주고 가습기 살균제로 열심히 청소도 했는데 딸은 네 살 생일을 한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딸이 죽은 뒤 1년10개월 만에 아내가 똑같은 병을 얻어 폐 이식 수술을 받았고 지금까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면서 “아내를 돌보며 병원비만 2억 가까이 들었지만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아무도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 가정을 이 지경으로 만든 업체는 우리나라 최고의 로펌을 사서 대응하겠다고 한다. 과연 내 나라 국민의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는 게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고흥)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시민위원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의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고 12일 밝혔다. 고발 대상은 옥시레킷벤키저·롯데마트·홈플러스·코스트코코리아·버터플라이이펙트·크린코퍼레이션·용마산업사·아토오가닉·한빛화학·글로엔엠 등 10개 업체다.

지난해 산모와 영유아를 중심으로 폐가 급속도로 딱딱해지는 폐 섬유화 증상을 겪다 숨지거나 심각한 폐 손상을 입는 사례가 급증하자 보건 당국은 조사에 나섰다. 당국은 몇 달간 역학조사를 벌인 끝에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폴리헥사 메틸렌 구아니딘(PHMG)’ 또는 ‘염화 에톡시 에틸 구아니딘(PGH)’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은정 인턴기자 ehofkd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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