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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잠수함 포착되자 폭뢰 투하 격침… 10분내 ‘상황 끝’

입력 : 2012-03-23 19:06:59 수정 : 2012-03-24 09: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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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천안함 <중> 초계함 서해훈련 현장을 가다 1999년 6월15일 오전 북한 경비정 7척이 꽃게잡이 어선 40여척과 함께 연평도 부근 북방한계선(NLL) 남쪽 약 4㎞ 지점까지 내려왔다. 우리 해군은 참수리급 고속정 8척과 초계함 천안함(PCC-772)·영주함(PCC-779)을 보내 밀어내기를 시도했다. 이때 북측 경비정이 기관포 공격을 감행했고, 이에 천안함과 영주함 등이 반격했다. 결국 북한 군은 어뢰정 1척이 침몰하고 경비정 등 5척이 파손된 채 10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돌아갔다. 반면 우리 측은 고속정 5척이 경미한 손상을 입고 9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6·25전쟁 이후 첫 해전인 ‘제1연평해전’이다. 천안함과 영주함은 전우인 셈이다. 11년이 지난 2010년 3월26일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천안함 피격 2주기를앞두고 영주함의 사격훈련을 동승 취재했다.

해군 초계함 영주함에 장착된 ‘3·26 기관총’. 3월26일은 2년 전 천안함이 피격돼 침몰한 날이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적 함정과 거리를 유지하고 계속 보고하라.”

21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기지에서 출항한 영주함은 오후 1시15분쯤 인천 옹진군 덕적면 목덕도 인근 해상에 도착하자 가상의 적 함정을 발견했다. 영주함에 비상이 걸렸고, 지휘통제실이 있는 함교가 바빠졌다. 부대원들에게 전투배치 지시가 떨어졌다.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 남하하는 모습이 레이더에 포착됐다. 함장의 지시에 따라 영주함에 장착된 76㎜ 함포와 40㎜ 함포가 자동사격통제장치를 통해 적 위치를 겨냥했다.

이날 함께 훈련에 나선 신형 유도탄고속함(PKG·570t급) 지덕칠함과 조천형함은 빠른 속도로 영주함 앞으로 나아가며 공격 준비에 나섰다. 일제사격을 위해 3척의 함정이 신속하게 좌우로 움직이며 공격대형을 펼쳤다. 곧바로 3척의 함정에서 76㎜ 함포와 40㎜ 함포가 불을 뿜었다. “쾅쾅쾅” 소리와 함께 5㎞ 떨어진 적 함정 주위에 물기둥이 치솟았다. 적의 경비정이 침몰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잇따라 적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됐다.

함정들은 전속력으로 기동하며 목표물을 쫓았다. 천안함의 아픔을 되갚아 주겠다는 듯 함정에 달린 엔진이 굉음을 냈다. 영주함 함장인 홍정안(43) 중령은 잠수함이 사거리에 들어오자 “폭뢰 발사” 명령을 내렸다. 수초 후 함미 뒤쪽에서 15m 높이의 물기둥과 함께 적 잠수함이 격침됐다. 대잠수함 작전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것으로 천안함 2주기를 앞두고 실시된 훈련이 종료됐다. 홍 중령은 “대잠수함 훈련은 사전 정보 없이 실전처럼 진행된다”면서 “영해를 넘보는 어떤 적도 일격에 격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피격 당시 산화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가 국가보상금 전액을 기부해 초계함 9척에 배치된 K-6 기관총(3·26 기관총)도 사격훈련에 동참했다. 참수리 고속정을 대신해 새로 서해에 배치된 유도탄고속함이 공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고속함에는 3차원 레이더로 유도되는 사거리 140㎞의 ‘해성’ 대함유도탄이 장착됐다. 1∼6번함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의 이름을 빌려왔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조천형함의 함명이 당시 전사자 조천형 중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천안함 폭침 2년을 앞두고 21일 서해상에서 실시된 초계함 전투태세 훈련 중 가상의 적 잠수함을 향해 영주함 함미에서 투하된 폭뢰가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며 폭발하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천안함 피격 이후 해군은 북한 잠수함에 대비하기 위해 오래된 음탐장비 부품을 모두 신형으로 교체했고, 어뢰음향대항체계(TACM)을 새로 도입했다. 이날 적 잠수함 탐지를 담당한 영주함의 음탐사 신세윤(38) 상사는 “음탐사는 함정 특유의 소음을 구별해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가 어느 정도 크기의 어떤 함정인지 분별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18년간 적 잠수함과 함정의 소리를 식별해내는 일을 해온 신 상사는 “잠수함 소리를 식별해 내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 “훈련 도중 잠수함과 돌고래 소리는 크기와 운동방향 등이 비슷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연합훈련을 하면 서로 함정 특유의 소리 정보를 포착하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진다”며 치열한 정보전에 대해 귀띔했다.

해군은 기존 1200t급 초계함의 단독작전 지침을 바꿔 현재는 고속정 등과 함께 기동하도록 하고 있다.

훈련을 마치고 2함대 기지로 돌아오는 길에 이지스함 1척이 눈에 들어왔다. 군 관계자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와 관련한 대비태세 점검과 내달로 예고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당시 천안함과 함께 격침한 북한 어뢰정 모양을 본뜬 영주함의 ‘킬 마크(적함 격침 기념 표지)’가 마치 먼저 떠나간 전우를 그리워하는 듯보였다.

평택=조병욱 기자 20120323021847 007/기/르포/‘천안함 전우’ 영주함 동승취재 해군 초계함 영주함에 장착된 ‘3·26 기관총’. 3월26일은 2년 전 천안함이 피격돼 침몰한 날이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천안함 폭침 2년을 앞두고 21일 서해상에서 실시된 초계함 전투태세 훈련 중 가상의 적 잠수함을 향해 영주함 함미에서 투하된 폭뢰가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며 폭발하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img.segye.com/content/image/2012/03/23/20120323021847_0.jpg 5 09 6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322022534 "바다밑이 위험하다" 北잠수함 동해 도발 땐… 20120322175819 20120323150617 20120322192101 해군은 지난 2년 동안 ‘천안함을 기억하라!’는 구호 아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추진했다. 지금 당장 싸워 이길 수 있는 ‘필승해군, 호국해군’ 건설을 목표로,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에서 드러난 대비 태세의 미비점을 보완·발전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달라진 교육훈련교육훈련 강화는 첨단무기로 포장해도 정신력이 뒷받침하지 않는 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음을 염두에 둔 것이다. 우선 실제 상황을 가정한 실전적 훈련이 강화됐다. 올해부터 ‘불시 해상 기동훈련’, ‘불시 대잠수함전 훈련’ 신설 등 해상 기동훈련을 강화한 것도 이런 이유다. 여기에 미 해군과 공동으로 실시하는 정례 잠수함 훈련도 포함됐다.또 해군은 장병들이 전투현장에서 조건반사적으로 전투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임무형 훈련 및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문제로 지적된 음탐사 전투기량 향상을 위해서는 전 작전부대 음탐사(수상함, 잠수함, P-3, LYNX)를 대상으로 전투기량 경연대회를 연 2회 실시하고, 음탐부사관 청음 실습교육을 연간 16시간에서 56시간으로 확대하는 등 적 잠수함 식별능력을 키우고 있다.◆노후장비·야전조직 개선해군은 대잠수함전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호위함·초계함(FF, PCC)의 노후 음탐장비를 집중 정비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전투함정의‘ 음탐기 탐지센서의 노후부품을 전량 교체했다고 해군 관계자는 말했다. 호위함·초계함에 어뢰음향대항체계(TACM)를 장착해 어뢰 회피 등 함정 생존성을 보강하는 작업도 거의 마무리됐다.함대별 계획참모실을 신설하고 작전참모실 편성을 보강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투전대 부(副)전대장 직위를 신설해 유사시 지휘통제능력도 강화했다. 아울러 위기상황시 한·미 해군의 원활한 협조체계를 위해 해군작전사령부에 미 해군 연락반을 상시 운영토록 하고 있다. ◆그래도 잠수함 도발에는 취약하지만 실제 해저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능력은 제한돼 있다. 잠수함은 원거리에서 수상함을 포착할 수 있지만, 수상함은 잠수함이 일정 거리로 근접하지 않고서는 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수상함에서 잠수함을 탐지하는 음탐장비(소나)를 24시간 켜두지 않고 위협 징후가 포착될 때 계기를 작동해서는 잠수함의 기습 공격을 제때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천안함 같은 대잠 초계함이 소나 체계를 가동할 경우 수심 30m 기준의 해양환경을 대입하면 약 2㎞ 전후 거리에서 잠수함과 (반)잠수정, 어뢰를 탐지할 수 있는 확률은 70%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군 장성 출신 예비역들은 50%를 밑돈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실제 군이 1998년 북한 유고급 잠수정이 속초 앞바다에서 어선 그물에 걸려 잡힌 이후 잠수함 탐지훈련을 했으나 탐지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북한 잠수함으로 가장한 우리 잠수함이 해저에서 기동 경로를 사전에 수상함에 알려주고 기동했지만 수상함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일부 군사전문가들은 평균 수심이 500∼1000m에 이르는 동해에서의 잠수함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공격이 가해진다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데다 깊은 수심으로 어뢰 파편 수거가 어렵고 선체를 인양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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