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함 영주함에 장착된 ‘3·26 기관총’. 3월26일은 2년 전 천안함이 피격돼 침몰한 날이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
21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기지에서 출항한 영주함은 오후 1시15분쯤 인천 옹진군 덕적면 목덕도 인근 해상에 도착하자 가상의 적 함정을 발견했다. 영주함에 비상이 걸렸고, 지휘통제실이 있는 함교가 바빠졌다. 부대원들에게 전투배치 지시가 떨어졌다.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 남하하는 모습이 레이더에 포착됐다. 함장의 지시에 따라 영주함에 장착된 76㎜ 함포와 40㎜ 함포가 자동사격통제장치를 통해 적 위치를 겨냥했다.
이날 함께 훈련에 나선 신형 유도탄고속함(PKG·570t급) 지덕칠함과 조천형함은 빠른 속도로 영주함 앞으로 나아가며 공격 준비에 나섰다. 일제사격을 위해 3척의 함정이 신속하게 좌우로 움직이며 공격대형을 펼쳤다. 곧바로 3척의 함정에서 76㎜ 함포와 40㎜ 함포가 불을 뿜었다. “쾅쾅쾅” 소리와 함께 5㎞ 떨어진 적 함정 주위에 물기둥이 치솟았다. 적의 경비정이 침몰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잇따라 적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포착됐다.
함정들은 전속력으로 기동하며 목표물을 쫓았다. 천안함의 아픔을 되갚아 주겠다는 듯 함정에 달린 엔진이 굉음을 냈다. 영주함 함장인 홍정안(43) 중령은 잠수함이 사거리에 들어오자 “폭뢰 발사” 명령을 내렸다. 수초 후 함미 뒤쪽에서 15m 높이의 물기둥과 함께 적 잠수함이 격침됐다. 대잠수함 작전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것으로 천안함 2주기를 앞두고 실시된 훈련이 종료됐다. 홍 중령은 “대잠수함 훈련은 사전 정보 없이 실전처럼 진행된다”면서 “영해를 넘보는 어떤 적도 일격에 격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피격 당시 산화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가 국가보상금 전액을 기부해 초계함 9척에 배치된 K-6 기관총(3·26 기관총)도 사격훈련에 동참했다. 참수리 고속정을 대신해 새로 서해에 배치된 유도탄고속함이 공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고속함에는 3차원 레이더로 유도되는 사거리 140㎞의 ‘해성’ 대함유도탄이 장착됐다. 1∼6번함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의 이름을 빌려왔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조천형함의 함명이 당시 전사자 조천형 중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천안함 폭침 2년을 앞두고 21일 서해상에서 실시된 초계함 전투태세 훈련 중 가상의 적 잠수함을 향해 영주함 함미에서 투하된 폭뢰가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며 폭발하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
18년간 적 잠수함과 함정의 소리를 식별해내는 일을 해온 신 상사는 “잠수함 소리를 식별해 내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 “훈련 도중 잠수함과 돌고래 소리는 크기와 운동방향 등이 비슷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연합훈련을 하면 서로 함정 특유의 소리 정보를 포착하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진다”며 치열한 정보전에 대해 귀띔했다.
해군은 기존 1200t급 초계함의 단독작전 지침을 바꿔 현재는 고속정 등과 함께 기동하도록 하고 있다.
훈련을 마치고 2함대 기지로 돌아오는 길에 이지스함 1척이 눈에 들어왔다. 군 관계자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와 관련한 대비태세 점검과 내달로 예고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당시 천안함과 함께 격침한 북한 어뢰정 모양을 본뜬 영주함의 ‘킬 마크(적함 격침 기념 표지)’가 마치 먼저 떠나간 전우를 그리워하는 듯보였다.
평택=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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