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암포 공기부양정 기지 완공’ 파장 “군이 염려하는 최악의 북한 도발 시나리오는 백령도·연평도에 대한 기습 상륙작전입니다. 연평도가 북한 수중에 넘어가면 그 파장은 인천공항 마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직후 군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최근 북한 황해남도 고암포의 대규모 공기부양정 기지 완공 소식으로 서해5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해5도에 대한 기습상륙 시나리오는 북한으로서는 전면전의 부담을 덜면서 비교적 쉽게 택할 수 있는 도발카드라는 점 때문에 현실화할 위험성이 높다. 우리 군 전력으로 이러한 기습 침투에 맞설 수 있는지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군 고위 관계자는 10일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을 겪었지만 아직 서해5도에서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란 불가능하다. 백령도·연평도에 기습 상륙작전이 벌어지면 해병대원들이 옥쇄를 각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현재의 군 전력으로 북 공기부양정을 막기가 역부족이란 얘기다.
2009년 6월 동해에서는 육군 교육사령부 주관으로 해안을 향해 고속으로 접근하는 무인 원격조종 선박을 K-9 자주포 등으로 타격하는 실험이 있었다. 결과는 ‘침투저지 실패’로 나타났다. 포탄으로는 북한 공기부양정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공군 전투기가 공기부양정처럼 해상에서 움직이는 작은 표적을 잡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해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전진 배치된 참수리급 고속정들은 북한이 기습 상륙을 감행할 때 공기부양정을 엄호하는 북 어뢰정이나 경비함과 상대하기에도 벅찰 것이다. 여기에 서해안에 밀집배치된 북 해안포와 ‘샘릿’,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등도 우리 고속정의 행동반경을 위축시키는 제약요인이다.
북한의 공기부양정 기습침투 시 주한미군의 AH-64D ‘아파치 롱보’ 공격헬기(왼쪽 사진)와 백령도에 배치된 AH-1S ‘코브라’ 헬기(오른쪽)가 가장 현실적인 대응전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의 500MD 헬기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직후 서북도서 배치가 예상됐지만 현지 작전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배치 계획이 백지화됐다. |
한국군은 2006년 주한미군으로부터 북한군 특수부대 침투 저지 작전 임무를 넘겨받았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한·미 간에 합의된 주한미군 10대 임무 이양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소속 아파치 공격헬기 1개 대대의 작전계획에는 북한군 특수부대 침투 저지 임무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 북한의 기습상륙 저지 임무는 공군의 F-5 전투기와 기본훈련기를 개조한 KA-1 터보프롭 저속 공격기가 맡고 있다”면서 “F-5 전투기는 곧 도태될 노후기종이고 KA-1 공격기도 대형공격헬기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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