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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⑮ FX 3차사업 어떻게 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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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1-16 09:00:51 수정 : 2011-11-16 09: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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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텔스기 성능 논란…기술이전 어디까지
무기체계는 국가안보의 필수 장비다. 무기체계를 얼마나 잘 갖췄는지를 보면 그 나라의 안보 태세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무기체계를 개발하거나 도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무기체계 도입과 관련한 논란도 적지 않다. 안보강국으로 가려면 이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지난 7월 해외 구매로 추진키로 결정한 차기 전투기(FX) 3차 사업 사례를 통해 우리 무기체계 구입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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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 3차 사업은

FX 3차 사업은 우리 공군이 스텔스 기능을 갖춘 차기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8조29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

현재 한국 공군의 FX 3차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업체와 기종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라이트닝Ⅱ와 보잉의 F-15SE(사일런트 이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러시아 수호이의 T-50 PAK-FA 등이다. 성능과 가격, 도입시기 등 여러 쟁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스텔스’와 ‘기술이전’이 자리하고 있다.

주변국과 대등한 전력을 확보하고 대북 정밀타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스텔스기냐,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인 KFX(일명 ‘보라매’ 사업)와 연계해 국산 전투기 개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전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관전 포인트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정치적 고려를 통한 미국산 무기 구매라는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스텔스는 만능인가

국내에 스텔스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중국이 자신들이 개발한 스텔스기 J(젠)-20을 공개하면서부터다. 같은 시기 중국을 거쳐 방한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청와대를 찾은 뒤 FX 3차 사업의 대상 기종은 록히드 마틴의 F-35 스텔스 전투기로 무게추가 급격히 기우는 분위기였다. 전장의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조밀한 방공망을 뚫고 핵심 목표를 타격하려면 F-35 스텔스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청와대 쪽에서 흘러나왔다. 군도 보조를 맞추며 스텔스를 공론화했다. 국민들 사이에선 스텔스 기술이 마치 전투기에 투명망또를 씌우는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스텔스는 만능일까.

스텔스는 매우 유용한 첨단기술이다. 전투기 등 항공기뿐만 아니라 함정, 잠수함, 순항미사일 등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미래 전장에서 스텔스가 독보적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텔스의 핵심은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을 얼마나 축소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우리 공군의 주력인 F-15K 전투기의 RCS에 비해 F-35는 100배 이상, 세계 최강 스텔스기로 알려진 F-22 랩터는 1000배 이상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군이 쏜 레이더에 F-15K가 10㎜ 크기로 포착된다면 F-35는 0.1㎜, F-22는 0.01㎜ 크기로 잡힌다는 얘기다. 레이더에 전혀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란 표현은 근거 없는 것이다.

이러한 스텔스 성능을 얻으려면 레이더와 통신안테나의 저탐지성, 반사파 억제를 위한 형상 설계와 이를 보조할 신소재 램(RAM) 도료, 엔진 팬 블레이드의 방사 억제, 내부무장창 설치, 엔진 노즐의 적외선 방출 억제 설계 등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스텔스 전투기는 설계와 개발, 생산, 유지보수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스텔스 비행은 외부 무장탑재량과 작전반경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도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스텔스기는 은밀한 적진 침투로 목표물 파괴에 유효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우리 공군이 최근 도입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의 MESA 레이더나 이지스 구축함의 전방위 SPY-1D 레이더에도 포착된다”면서 “F-22 10여대가 덤벼도 이지스함을 침몰시킬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우리에게 알려진 스텔스 전투기 성능은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이전은 어디까지


2000년 이후 추진된 FX 1차(40대), 2차(20대) 사업 때는 미 보잉의 F-15 전투기 완제품을 구매했고 기술이전 계약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방사청의 ‘F-15K 2차사업 절충교역(제품구매 때 판매국이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 이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기체 분야 54개, 엔진 분야 5개 등 모두 59개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지만 24개만 기술이전이 완료됐다. 특히 2010년까지 미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절충교역 28개 가운데 지금껏 이행된 것은 고작 2개에 불과하며, 나머지 26개 기술은 이행 시점이 연기된 상태다. 1, 2차 FX 사업이 실패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미동맹이란 울타리에 갇혀 종속적인 무기구매 관행을 이어온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관심이 FX 3차 사업의 기술이전에 쏠리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KFX 사업과의 연계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FX는 노후화된 전투기 F4, F5 대체용으로 120대의 신형 전투기를 독자 개발하는 것이다.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늦어도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일반 전투기를 개발하는 쪽으로 진행되다 점차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 개발로 전환됐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과 성능 확보라는 난관에 봉착해 진척이 더딘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유로파이터를 생산하는 EADS 측이 한국에 판매할 전투기 60대를 3단계로 나눠 라이선스 방식으로 한국 내에서 생산하겠다고 제안하면서 FX 3차 사업 기술이전 문제가 급부상했다. 이후에도 EADS 측은 유로파이터를 선택할 경우 KFX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심지어 “FX 사업에서 탈락하더라도 KFX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유로파이터가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4개국 공동개발로 만들어진 만큼 이들 국가의 기술이전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록히드 마틴 측도 한국이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충족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스텔스 기술 이전도 포함돼 있지만, 미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혈맹이라 부르는 영국과 이스라엘에도 스텔스 기술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사정은 보잉의 F-15SE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노대래 방사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FX 참여 희망 업체들이 기술이전을 먼저 고민하고 있다”면서 “(방사청도) 스텔스 전투기만 가능한 내부무장을 우리 요구성능(ROC)에 넣을 경우 FX 3차사업이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군에 재검토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FX 3차 사업을 특정 업체에 몰아준다는 인상을 지우는 한편, 기술이전을 협상 지렛대로 삼을 것임을 내비친 말이다. 향후 국산 전투기 개발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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