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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음식·폭력 일상… 지옥같은 곳 문닫아야”

입력 : 2011-10-05 14:58:00 수정 : 2011-10-05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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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시설 피해자 김재석씨 “거긴 완전히 문을 닫아야 되는데….”

강원도 C장애인시설에서 수년간 생활했던 김재석(가명·37·사진)씨에게는 C시설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김씨의 기억 속의 ‘그곳’은 폭력과 학대가 일상이었던 공간이기 때문이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그곳에 맡겨졌다. 그때부터 악몽은 시작됐다. 오전 4시에 시작하는 새벽예배에 참석하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맞아야 했다.

“밥을 제때 안 주고, 곰팡이가 핀 떡을 주기도 했어요. 먹지 않으면 ‘왜 먹지 않느냐’고 때렸어요.”

김씨는 “정신지체 장애인들끼리 있다 보니 서로 다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원장이 와서 가차없이 때렸다”고 말했다. 혼자서 거동이 불편한 그는 시설에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지냈다. 혼자서는 화장실에 갈 수 없어 어쩌다 바지에 용변을 보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주먹이 날아왔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아예 바지를 입히지 않는 일도 다반사였다.

시설장이 ‘안수기도’라는 명목으로 두 눈을 찌르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김씨는 “그것을 할 때는 죽을 만큼 아프다”며 “어떤 날은 기절했다가 깨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 학대를 받으면서도 왜 수년간이나 이 시설에 머물렀을까. 김씨는 “갈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참다 못한 김씨가 어머니에게 사정을 털어놨고, ‘좀 더 신경 써 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은 다시 무자비한 폭행으로 돌아왔다.

시설장은 ‘왜 어머니께 일렀느냐’며 김씨의 뺨을 때렸다. 김씨는 어머니가 시설을 직접 찾은 후에야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시설장이 돌려준 그의 수급비 통장에는 채 10만원이 남아 있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던 그가 갑자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곳은 문을 닫아야 돼요.”

지금은 노인요양시설로 바뀐 그곳에서 다시 입소자 학대가 발생할까봐 걱정이 된단다. 주변의 다른 장애인들도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제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매일 아침 전동휠체어를 타고 재활센터로 나와 하루를 보낸다. C시설에서 생활할 때는 건물 밖에 나가는 일을 꿈도 꾸지 못했던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김씨는 “친구들과 함께 밥도 먹고 공부도 할 수 있어서 좋다. 요즘 웃을 일이 많다”며 미소를 지었다.

원주=김효실·김준범 기자 hs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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