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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퇴직·불황에 카지노·경마 출입…매출 10%이상 증가
연휴가 시작된 1일 오전 6시. 강원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의 카지노 영업이 끝나자 ‘대박’을 꿈꾸며 뜬눈으로 날밤을 새운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눈에 핏발이 선 중년 남성, 피곤에 찌든 초췌한 20대 청년…. 미소나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주에서 왔다는 이모(47)씨는 “1년 전 실직한 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힘없이 덧붙인 말은 “전재산 2억원을 다 날리고, 5000만원이 넘는 빚만 졌다”는 것이었다. “몰고온 자동차도 전당포에 넘어간 상태”라고도 했다. 그는 강원랜드 주변에서 노숙인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일확천금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개장 시간을 30분 앞둔 오전 9시30분. 넓디넓은 카지노 로비를 휘휘 감아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개장시간에 맞춰 10시에 입장권을 구입한 기자의 대기번호는 2011번.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는 순번이다. 1시간10분 뒤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검색기를 통과해 카지노 내부에 들어섰다. 대형 체육관 크기(연면적 8269평)의 실내엔 이미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한 딜러는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이른바 ‘피크타임’에는 3∼4겹씩 에워싼 인파 때문에 게임에 몰두하기 어렵다”며 “이때는 3교대로 근무하는 딜러들이 4교대로 일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카지노, 경마, 복권 같은 사행산업이 불황을 모른 채 성업 중이다.

국내외 경기 침체로 실업·퇴직자가 증가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한탕’을 노리는 사행산업에 발길이 몰리고 있다. 실제로 사행산업은 경기 침체기에 호황을 누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하며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2009년 국내 사행산업은 3.3%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내국인 카지노 사업을 독점 운영하는 강원랜드 매출은 매년 10% 이상씩 늘어났다. 2001년 4620억원이던 매출이 2005년(8470억원) 두배 가까이 뛴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3137억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6284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복권 판매액 역시 작년보다 10% 넘게 늘어나면서 2003년 ‘로또 광풍’ 이후 8년 만에 최대 행진을 하고 있다.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1조3768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1조2498억원)보다 10.2%(1270억원) 증가한 규모다. 전체 판매량의 95%를 차지하는 로또복권은 작년 상반기보다 9.4%, 인쇄복권은 32%, 전자복권은 31% 급증했다.

특히 지난 7월 나온 연금복권은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올 연간 복권 판매액은 2조9000억원대로 7년 만에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마 산업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마산업 매출액은 4조552억원으로 지난해 총 매출(7조5765억원)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관계자는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이를 부추기는 사행산업이 불황을 모른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도박이 사회문제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늘 관심을 갖고 관리 감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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