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도 피해… 제재규정 없어 서울 신촌에 사는 대학생 한모(24·여)씨는 길목에 있는 커피전문점 T커피전문점을 지나칠 때마다 불쾌한 기분을 느낀다. 인도 쪽에 위치한 카페 흡연실에서 나오는 담배연기가 고스란히 자기 쪽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한씨는 “창문도 아니고 유리 벽면 자체를 아예 열어 놓으니 인도인지 흡연실인지 분간이 안 간다”며 “흡연실 이용자가 많거나 바람이라도 잘못 부는 날이면 흡연실 속을 지나가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도로변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상당수가 여름철을 맞아 흡연실 폴딩 도어(병풍식으로 접히는 문)를 활짝 열어놓는 ‘얌체 영업’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흡연실을 카페 내 금연구역과는 철저히 구분하면서도 인도 쪽으로 ‘환기’를 시키는 바람에 애꿎은 보행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1시쯤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A커피전문점 흡연실에는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테이블 10여개를 꽉 채우고 앉아 있었다. 이들 흡연자가 내뿜는 담배 연기가 인도 쪽으로 난 창문을 통해 바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인상을 쓴 채 카페 옆을 지나던 회사원 김모(27·여)씨는 “흡연실 문을 열어둔 카페 옆을 지날 땐 담배연기를 피하느라 걸음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보행자 상당수는 불만을 느끼면서도 잠깐 꾹 참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카페 흡연실에서 빠져나오는 담배 연기에 하루 종일 노출되는 사람들은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작구의 한 카페 앞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담배 냄새가 많이 나고 불편하지만 그냥 참는다”며 “카페가 돈 들여서 장사하는데 노점하는 우리가 뭐라 할 수 있겠냐”고 씁쓸해했다.
국민건강진흥법에 따르면 흡연구역은 독립된 공간으로 설치해야 한다. 담배연기가 금연구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칸막이 등으로 공간을 완전히 분리시키고, 환풍기 등 환기장치를 둬야 한다.
하지만 인도 쪽으로 문을 열어놓고서 환기시키는 얌체 흡연실을 제재할 근거는 없다. 서울 서대문구청 지역건강과 관계자는 “건물 내 금연·흡연구역을 분리하는 규정은 있지만 이런 경우는 제재할 수가 없다”며 “인도 자체가 금역구역이 아닌 경우가 많고, 금연구역이라고 해도 연기까지 막기는 어려워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카페 건물주나 점주에 따라 자율적으로 흡연실을 설치하고 있는데 면적 25㎡당 배기장치 4개, 급기장치 1개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인도 쪽으로 문을 열어놓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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