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실 CCTV도 없어… 시설관리 허술 논란
법무부 “수감 사망자 절반 자살… 대책 강구”
서울 서남부지역 부녀자 등 1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정남규(40·사진)가 21일 새벽 자살을 기도해 이튿날인 22일 오전 2시35분 숨졌다. 정남규는 최근 조두순 사건 등으로 사회 이슈가 된 사형제 존폐 문제에 대해 메모를 남긴 것으로 미뤄 사형 집행에 대한 불안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법정 난동까지 벌여 요주의 인물로 분류된 그가 자살했다는 점에서 교정당국의 수감자 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형 집행 두려워 자살한 듯”=법무부에 따르면 정남규는 서울구치소 내 1평 남짓한 4.0㎡ 규모 독거실 내에서 목을 맨 상태로 21일 오전 6시35분 교도관에게 발견됐다.
구치소 측은 곧바로 외부 병원으로 옮겼지만 정남규는 22일 오전 2시35분 숨졌다. 의료진 1차 소견은 ‘저산소증(뇌 손상)과 심장쇼크에 의한 사망’이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에서도 목 졸림 외에 별다른 사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남규의 개인 노트에서는 “현재 사형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요즘 사형제도 문제가 다시…”,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사형 관련 내용이 보도되는 등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정남규가 사형제도 존폐 및 집행 여부에 대한 불안감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남규는 2004년 1월부터 2년여간 총 25건의 강도상해와 살인 행각을 벌여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2007년 4월 사형이 확정됐다.
현재 서울구치소에는 정남규가 범행 모델로 삼은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39)이 2005년 6월 사형 확정판결 후 형 집행 대기 중에 있으며, 최근 상고를 포기해 사형이 확정된 강호순(39)도 이곳에 수감되어 있다. 전국 구치소에 있는 사형수는 이날 현재 정남규를 제외하고 모두 59명이다.
◆도마에 오른 수감시설 관리실태=정남규는 2006년 12월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살인에 대한 배고픔이 여전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검사석에 달려들어 난동을 부리는 등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그가 수감된 서울구치소 독거실에는 폐쇄회로(CC) TV가 설치되지 않았고 자살 도구로 쓰일 수 있는 재활용 쓰레기 봉투가 반입된 점에서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치소와 교도소 수감자의 자살은 수감시설 내 사망 원인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빈번해 교정당국이 크게 신경쓰는 부분이다. 지난 8월15일 대구구치소에서는 30대 수감자가 수용복을 찢어 목매 숨졌다. 지난해 12월25일에는 부산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30대 재소자가 화장실 창문에 속옷으로 목매 숨졌고, 같은 날 수원구치소에선 남모(57)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해 12월23일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여간첩 원정화(34)가 자살을 시도했다가 발견돼 치료받았다.
법무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 7월까지 전국 교도소나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사망한 수용자 181명 가운데 8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 기도자 중 사망 직전 교도관이나 동료 수감자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진 경우도 연평균 80여건에 달한다.
법무부는 정남규 자살을 계기로 “형 확정자의 불안감 해소와 심적 안정을 위해 종교인 상담제 등을 통해 수용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살 우려자를 보다 세밀히 가려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정신상담 전문가와 접촉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홍·이태영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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