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인터뷰on] 김원준 "옛 인기 벌써 잊었죠…음악은 내게 치유일 뿐"

입력 : 2009-11-13 18:09:11 수정 : 2009-11-13 18:09: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8년 만에 신곡 '나스럽게' 발표
 

[세계닷컴] "항상 가슴에 '쇼! 끝은 없는 거야'를 문신처럼 새기고 다녔어요. 지난 8년간 인생 수업을 하며 진정한 나다운 음악이 무엇인지 찾아냈죠."

가수 김원준(36)이 돌아왔다. 지난 2001년 9집 앨범 이후 8년 만이다. 그룹 '베일'로 활동하는 등 그간 나름 바쁘게 활동해온 그이지만 오랜만의 솔로 앨범은 그동안 발매했던 음반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동안 자작곡 '모두 잠든 후에', '언제나', '너 없는 동안' 등의 히트로 싱어송 라이터의 면모를 과시해온 만큼 이번 새 디지털 싱글곡 '나스럽게'는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본능적으로 앨범을 내고 싶었어요. 작년 말부터 신곡을 발표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여차여차 하다 보니 조금 늦어졌네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욕심이겠죠. 앨범에는 총 3가지 버전이 실려 있는데 어쿠스틱이 원곡이고, 재밌게 편곡해서 여러 느낌을 주고 싶어 락 버전과 일렉트로닉 버전 등 총 3곡을 실었어요. 이것저것 해보다 보니 욕심과 의욕이 있어서 일이 커졌죠."

앨범명을 '나스럽게'로 정한 것은 일종의 회귀 본능이었다. 음악이 진부해보일 수 있다는 우려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중심인 음악을 하는 것이 가장 자신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어느 때부터인가 '남스러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것을 추스르고 싶은 마음이 컸죠. 극히 나만 할 수 있는 음악, 한 소절만 들어도 김원준스럽다고 느낄 것 같은 음악이오. 곡하고 가사하고 동시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흥얼거리다 보니 테마가 자연스럽게 '나스럽게'로 잡혔어요. 하고 싶은 음악 그동안 많이 했어요. 이제는 할 수 있는 음악으로 간 것 같아요."

내년 발매 예정인 정규 앨범에도 수록될 이 노래는 그의 음악적 색깔을 분명히 해줄 노래이자 그에게는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큼 심혈을 기울인 곡이다. "그동안 백화점 같은 다양한 음악을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하나로 집약된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그는 이번 노래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 목표다. 그만큼 약 8개월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음악을 완성했다. 가사 한 소절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달을 끙끙거릴 만큼 고된 작업이며 고난의 시간이기도 했다.

주위의 반응은 어땠느냐고 묻자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그는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는 것이, 사실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아이돌 스타처럼 앨범을 홍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 아니며 더군다나 그는 요즘 뮤지컬 준비로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주연을 맡아 무대에 오른 뒤 김원준은 요즘 두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다. 안재욱, 유준상, 신성록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살인마 잭'에서 '다니엘'에게 신선한 장기를 주기로 약속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잭'을 맡게 된 것. '살인마 잭'은 1888년 영국 런던에서 매춘부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를 소재로 한 체코 뮤지컬이다.

"너무 즐거운데 제발 좀 살려주세요. 다들 연습을 너무나 열심히 해서 절대 거드름을 못 피워요. 항상 일은 즐거워야 한다는 모토인데, 이번 팀은 즐거움 플러스 사생결단이에요. 대학 직속 선배인 안 모씨부터 옆 학교 졸업하신 유 모씨까지 10시 연습이면 9시에 와 있어요. 그럼 기자님은 어떡하시겠어요? 이렇게 열의에 불타는 팀이 또 있을까 싶어요. 안재욱, 유준상의 재발견인 것 같아요. 하하."

그 뿐이 아니다. 서로 간식 사오는 경쟁이 붙어 매일 피자 몇 판이 배달되거나 그에 질세라 다음날에는 치킨 몇 마리가 연습실을 장악한다.

"전 아직 걸음마 수준이에요. 매번 라이브 하는 만큼 희열과 짜릿함을 느끼죠. '라디오 스타' 후반에 그 느낌을 알게 됐어요. 연출가도 언제부턴가 제가 무대에서 자유로운 것 같다고, 노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하시네요."

작품은 좋지만 분량이나 비중이 다소 떨어지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글자가 움직이더라구요. 내가 보는 잭은 미워할 수 없는 악마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그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살인과 증오와 복수 말이죠. 우리가 자라온 환경에서 윤리와 도덕을 배웠기 때문에 살인을 안 할 뿐이지 누구나 상상으로 갖고 있는 인물이 바로 잭이죠.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저는 감히 얘기해요."

누군가 복수 하고 싶은 적이 있었느냐고 묻자 "당연히 있었다"며 "다행히 인생의 틀을 잘 짜서 최악의 상황은 안 왔는데 나도 남들처럼 참을 인(忍)자 많이 새겼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는 타인으로부터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면 지금은 자기 자신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는다. "어느 순간, 인생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가 이번 뮤지컬에서 '잭'이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낀 것은 그동안 자신의 '꽃미남' 이미지와는 정 반대의 캐릭터라는 점도 작용했다. 연출가도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뮤지컬 준비와 더불어 내년 발매될 10집 앨범 준비에도 한창이다. 정규 앨범에는 총 10곡이 실린다. 2010년과 10집 그리고 10곡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텐텐텐’(10·10·10)이라고 부른다. 오랜만의 정규 앨범에서 그는 어떤 곡들을 들려줄까.

"1번 트랙부터 10트랙까지 한곡처럼 느껴지도록 할 예정이에요. 7곡은 완성됐고 나머지 3곡은 머릿속으로 작업 끝났어요. 제가 영어보다는 한글 가사와 제목을 좋아하는데 1번 트랙부터 10번까지 제목이 이어지는 느낌이 나도록 구상하고 있어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는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트렌드를 좇기보다 자신의 확신대로 정해 놓은 길을 걸어갈 것이다.  

"분명 저의 쇼는 끝이 없을 거라 생각해요. 음악으로 돈 안 벌어도 좋아요. 앨범이 얼마나 팔리고 사람들 미니홈피에 내 노래가 얼마나 흘러나오고… 이런 얘기를 하기에는 너무 사치예요. 음악은 저에게 치유와 같죠."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사진 허정민 기자 ok_hjm@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