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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열정…라틴 현대미술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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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1월9일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거장’전
南美 16개국 대표작가 84명 작품 121점 출품
◇디에고 리베라의 ‘종교의 역사’
열정과 환상, 마술적 사실주의로 상징되는 라틴아메리카의 미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6일부터 11월9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여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엔 1920년대부터 진행된 멕시코 벽화운동의 3대 거장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의 작품을 비롯해 리베라의 아내인 프리다 칼로, 콜롬비아 출신의 ‘뚱뚱이 인물’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 등 남미 16개국 대표작가 84명의 작품 121점이 출품된다.

이번 전시는 당초 한국에 주재하는 남미권 대사들의 제안으로 출발했다. 기혜경 학예연구사는 “전시작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작품 선정 권한을 넘겨받아 각국의 정부 산하 재단 및 미술관과 접촉해 들여오는 것으로 각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반입되는 작품의 평가액만 4000만달러(400억원 상당)에 이른다. 전시는 라틴미술의 전개과정에 따라 4부분으로 나눠 구성했다.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벽화운동)=1920년대 멕시코에서 시작된 벽화운동은 1910년 발발한 멕시코 혁명이 미술에 미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벽화운동은 멕시코에서 발원하여 디에고 리베라,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프란시스코 고이티아와 같은 대가들을 낳았다. 이후 라틴아메리카 여러 지역으로 뻗어나가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삶과 생활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인디오 전통 부흥 운동(indigenismo)의 영향을 받아 제작한 디에고 리베라의 ‘피놀레 파는 여인’은 멕시코 노동자 계급의 여인을 그린 작품이다. 이전의 리베라 벽화에서 보이던 장식적인 성격이 사라지고, 정적이고 성스러운 분위기 속에 민속적 요소로 옥수수가루가 등장한다. 리베라는 이 작품에서 역사적 측면의 민족성을 계급적 위치를 통해 나타내고자 했으며, 모더니즘적인 간결한 구성과 세련된 색채를 사용하였다.

◆우리는 누구인가(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체성)=오랫동안 서유럽의 식민지로 착취당하여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결합된 라틴아메리카는 미술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때로는 전통의 육중함으로, 때로는 모던의 화사함으로 작품 속에 나타났다. 정체성을 화두로 작업한 작가로는 멕시코의 루피노 타마요, 베네수엘라의 후안 비센테 파비아니, 페데리코 브란트, 브라질의 에밀리아노 디 카발칸티 등이 있다.

◆나를 찾아서(개인의 세계와 초현실주의)=라틴아메리카에 초현실주의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38년 앙드레 브르통의 멕시코 방문과 1940년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가 개최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프리다 칼로, 마리아 이스키에르도 등의 작가들은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찰한 후, 그것을 전통적인 상징체계에 연원한 여러 가지 모티브들을 활용하여 작업했다.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라틴아메리카에 초현실주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작가는 칠레의 로베르토 마타 에차우렌, 쿠바의 위프레도 람, 아르헨티나의 로베르토 아이젠베르그 등이 꼽힌다. 
◇엑토르 폴레오의 ‘쇠락’                                       ◇에밀리오 페토루티의 ‘철학자’

엑토르 폴레오의 작품 ‘쇠락’은 이 시기 제작된 작품으로 전후의 비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넓게 펼쳐진 평원은 언뜻 평화롭게 보이지만, 커다란 두상이 드리운 그늘 속의 공동묘지는 전쟁이 초래한 피폐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작은 도끼가 꽂혀 있는 텅 빈 헬멧과 눈 속에 박혀 있는 지폐, 그리고 가면을 쓴 얼굴은 가느다란 끈과 여러 개의 막대에 의존하여 겨우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부서지고 깨어진 머리는 어떠한 감정이나 의지도 표출할 수 없음을 표현하여 인간 이성의 상실과 공허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여러 사물들이 이루어내는 초현실적인 조합은 1944년 뉴욕 체류 기간 살바도르 달리에게서 받은 영향으로 여겨진다.

◆형상의 재현에 반대하다(구성주의에서 옵아트까지)=구성주의 경향이 라틴아메리카에서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하는 때는 1940년대 중반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직접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는 오히려 전쟁 원자재 판매를 통한 경제적 호황을 누리게 된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근대화, 산업화에 대한 희망을 배경으로 이 시기 라틴아메리카의 화단은 기하추상이 주도하게 된다. 대표적 작가로는 베네수엘라의 알레한드로 오테로, 아르헨티나의 루시오 폰타나, 우루과이의 호아킨 토르레스-가르시아가 있다. 입장료는 6000∼1만원. (02)368-1414

편완식 문화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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