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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대드는데 어떻게 지도할지 막막”

입력 : 2010-11-03 18:27:17 수정 : 2010-11-03 18: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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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학생인권조례’ 공포 한달… 지금 학교에선 “학생들이 ‘이제 때리면 안 되는 것 아시죠’라며 대듭니다. 휴대전화로 녹음하고 사진 찍겠다고 협박도 합니다.”

서울보다 1개월여 앞선 지난달 5일 전국 처음으로 학생인권 조례를 공포한 경기도교육청 관내 일선 학교들이 학생지도에 갈수록 애를 먹고 있다.

2일 경기도 각급 학교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들은 현재 학생인권 조례 후속 절차로 학생생활인권규정을 개정하고 있다. 학생인권 조례에 규정된 체벌과 두발길이 규제, 강제 야간자율학습 및 보충수업 금지를 학교규정에 반영하기 위한 작업이다. 도 교육청은 이러한 규정 개정작업을 끝내고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학생인권 조례를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조례공포 이후 행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판단해 교사들에게 대들거나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상황이다. 대응방법을 찾지 못한 교사들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면서 교육현장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선생님들 승용차를 못으로 흠집 내고 청소도 안 하고 도망간다”며 “심지어 교무실에서 여교사에게 발길질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사복 입고 머리 풀고 교문 밖을 나서면 성인처럼 보이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할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또 한 초등교사는 도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수업시간 내내 떠들어 나무라면서 등을 한 대 때리면 ‘왜 때리느냐’고 하고, 부모님께 전화한다고 하면 ‘왜 부모님께 이르냐’고 대든다”며 “우리 교육 현실에서 교사들은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도 도 교육청은 체벌 대체 매뉴얼을 아직 일선학교에 제시하지 않아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오산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은 무조건 권리만 주장하고, 교사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소극적으로 돌아선다”며 “학교 자율에만 맡기지 말고 교육청이 어느 선의 대체 프로그램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교사는 “체벌에 대한 대안이 없어 학교 현장은 몸살을 앓고 있다”며 “교육현장은 아차 하면 사고가 나는 전쟁터”라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 경기지부 등 일부 단체에서는 “교사들의 이런 인식이 학생 인권에 대한 이해부족”이라며 “관리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정진강 정책실장은 “지금의 혼선은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면 학생인권과 지도가 안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생들 사이에는 학생인권 침해가 입시제도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고교생은 “선생님이 ‘너 대학 갈 때 보자’고 하거나 ‘수행평가 점수 기대해라’고 하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원=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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