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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멍든 학교' 탈출구는] 가해학생 어려지고 흉포화 … '여학생 폭력'도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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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1-09 13:49:57 수정 : 2012-01-09 13: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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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불량 남학생 '주먹다툼'은 옛말
여학생 가해비율 10년새 8배나 급증
왕따·폭행·고문·갈취·성폭력까지
대개 ‘학교폭력’이라고 하면 남자 중·고생의 주먹다짐이나 불량학생의 폭력조직인 ‘일진회’를 떠올린다. 오래전부터 영화나 소설 속에서 자주 묘사돼 온 남학생들의 구타나 협박, 금품 갈취가 학교폭력의 이미지로 굳어진 탓이다. 2000년대 이후 학교 내에 ‘조폭’을 뺨치는 일진회란 조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진회는 학교폭력의 대명사로 등장했다. 하지만 더 이상 학교폭력은 남학생이나 일부 불량조직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학생의 학교폭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초등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며 저연령화하고 있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심심풀이로 같은 반 학생을 따돌리는 폭력이 일상화하고, 정보통신 매체의 발달로 학교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사이버상의 폭력도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드러나기 쉬운 노골적인 폭력만큼이나 일상적으로 내재된 폭력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학교폭력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학생 뺨치는 여학생들의 학교폭력

지난달 12일 인천 계양구에서 중학교 2학년 A(14)양은 같은 학교와 이웃학교의 동급생 10여명에게 집단구타를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A양을 인근 놀이터로 끌고 가 각목으로 구타한 뒤 교복을 찢고 담뱃불로 다리와 손을 지졌다. 이들은 A양이 입학한 직후부터 돈을 뺏고 심부름을 시켜 왔으며, B양이 이 학교 ‘일진’의 사진을 허락 없이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B양을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의 학교폭력도 위험수위다. 폭력 발생 빈도는 남학생보다 적지만 확산 속도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빠르다. 특히 최초 폭력 경험시기는 오히려 남학생을 앞지른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매년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학생의 가해 비율은 1999년 2.2%에서 2009년 16.6%로 10년 만에 8배 가까이 늘어났다. 학교폭력 가해 경험시기는 최근 2년간 조사에서 모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빨랐다. 2010년 조사에서는 남학생의 경우 초등학교 4∼6학년에 처음 학교폭력을 가했다는 응답이 26.9%였으나 여학생은 41%가 이 시기에 처음 학교폭력을 행사했다고 답했다.

2009년 조사에서는 여학생의 절반 이상(52.5%)이 초등학교 4∼6학년에 처음 폭력을 휘둘렀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1∼3학년이라고 답한 경우도 14.2%였다. 남학생의 경우 초등학교 4∼6학년이란 응답은 46.1%였고 다음은 중 1학년(15.9%)이었다.

문제는 여학생들의 학교폭력이 남학생처럼 직접적인 폭력 행사 이외에도 ‘왕따’(집단따돌림)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집단 내의 소속감을 중요시하는 여학생은 왕따가 될 경우 직접적인 폭력을 당하는 것 이상의 상처를 입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아 해결이 어렵다.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C양(13)은 ‘귀여운 척한다’, ‘공주병’이라는 이유로 초등 5학년 때부터 친구에게 왕따를 당했다. 자신을 따돌린 친구들과 같은 중학교에 배정받으면서 C양의 시련은 중학교까지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4월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한 여중생은 잦은 전학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따돌림을 받았고, 급식실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했다. 급기야 이 학생은 몇 달간 급식을 먹지 않다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교사가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저연령화·다양화하는 학교폭력


1990년대만 해도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의 주요 가해 연령층이었다면 중학교, 초등학교로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최초로 경험한 연령은 2009년 조사에서는 13세, 2010년에는 12.9세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폭력을 처음으로 경험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말 울산의 한 초등학생이 수년간 폭행을 당했다며 동급생 7명을 무더기로 고소해 논란이 됐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상품권 상납, 고문 등 성인범죄를 뺨치는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폭력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흉포화해졌다. 과거에는 학교 내 폭력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폭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5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D양은 하소연할 곳을 찾다가 인터넷 ‘미니홈피’ 일기장에 심경을 토로했다. 일주일쯤 후 미니홈피에 들어갔던 D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을 따돌리던 친구들이 D양이 쓴 글마다 악성댓글과 욕설로 도배를 한 것이다. D양이 일기장을 폐쇄하자 방명록은 욕설로 가득찼다. 결국 D양은 미니홈피 전체를 폐쇄했다.

하지만 청소년의 35%는 개인 홈페이지에 욕설을 쓰거나 악성댓글을 다는 것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예단의 지난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사이버폭력은 폭력이 아니라 그저 ‘학교 일상 문화’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교폭력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이버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가해 연령이 어려지면서 문제의식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많아진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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