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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으로 군림한 ‘한 고교 반장의 횡포’

입력 : 2012-01-06 23:00:36 수정 : 2012-01-06 23: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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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우 툭하면 목조르고 의자에 결박해놓고 폭행
고가시계·현금도 수시로 빼앗아…덩치크고 힘 세 학생들 당하기만
충남 논산지역 N고교 반장 유모(16)군은 지난해 3월 우연히 어깨를 부딪힌 급우 A군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사과를 안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폭행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목을 팔로 조이는 이른바 ‘기절놀이’를 한다며 급우들 앞에서 수시로 목을 조르고, 급소를 발로 찼다. 덩치가 크고 반장까지 맡았으니 아무도 말리거나 참견할 엄두를 못냈다.

얼마 후에는 친하게 지내던 B군이 희생양이 됐다. 평소 성적이 좋은 B군에게 학력고사 예상문제를 뽑아오라고 시켰는데 잘못 알려줘서 점수가 나쁘게 나왔다는 게 발단이었다.

간간이 B군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유군은 어느 날 자율학습시간에 B군 등 3명을 의자에 결박해 놓고 허벅지 등을 마구 때렸다. 폭력영화의 한 장면을 흉내낸 것이었다.

지난해 9월 보다못한 한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문자메시지로 폭행 사실을 전했지만 그뿐이었다. “반장으로서 모범을 보이라”는 훈계를 듣고 화가 난 유군이 오히려 교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B군을 복도로 끌고 가 걸레자루로 마구 폭행한 것이다. ‘밀고자의 최후’를 보여준다는 이유였다.

담임교사의 힘으로도 횡포를 막기 어렵다고 생각한 급우들은 그 후로 입을 다물었고, 유군은 자신의 왕국을 구축할 수 있었다. 유군의 횡포는 뒤늦게 폭행피해 사실을 안 B군 가족의 신고로 경찰이 개입해서야 9개월여 만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학교나 교사가 손을 놓은 사이 유군이 저지른 폭력은 확인된 것만 26차례에 달했다. 42만원짜리 고가 시계와 현금도 수시로 빼앗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군은 경찰에서 “장난친다는 생각으로 한 것인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며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연상시키는 교내폭력이 통했던 것은 유군이 반장인 데다 ‘장난’ 수준으로 치부한 학교 측의 무관심이 큰 몫을 한 것으로 경찰은 풀이했다. 유군은 지난해 초 담임교사에게 직접 요청해 반장을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논산경찰서는 유군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해 기각함에 따라 6일 불구속 입건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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