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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폭력’ 메모 남겼는데 경찰·학교 무시

입력 : 2011-12-31 08:31:54 수정 : 2011-12-31 08: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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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친구 돕다 밀고자로 찍혀 집단 괴롭힘 당해
광주 자살 남중생도 폭행 확인… 부실수사 논란
전국 곳곳에서 청소년 자살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구 중학생 자살 학교에서 지난 7월 발생한 여중생 P양의 자살과 28일 광주 중학생 자살사건도 교내 폭력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경찰과 학교 측은 학교 폭력이 있었다는 진술과 메모를 확보하고도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성적 비관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하는 등 초동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30일 대구수성경찰서와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7월11일 목숨을 끊은 P양 옷 주머니에서 ‘날 해친 아이들’과 ‘날 구할려 했던 아이들’이라는 메모(A4 용지 1장)가 발견됐다. P양은 이 메모의 양쪽에 각각 5명, 6명의 명단을 남겼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P양은 숨지기 전인 지난 7월11일 오전 당시 친구 1명이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고 이를 해결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담임 교사에게 보냈다. 담임 교사는 수업 시간에 반 학생들에게 단체체벌을 실시했다.

이에 동급생들은 “누가 고자질을 해서 단체체벌을 받게 하느냐”는 불만을 터뜨렸고, P양은 ‘고발자’로 찍혔다.

하교한 P양은 아버지에게 “친구들의 오해를 사게 돼 힘들다. 친구집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간 뒤 자신이 살던 아파트 건너편 동으로 가서 투신했다.

P양의 고모(43)는 “사고가 발생한 뒤 학교 측에 진상규명 등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이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P양이 남긴 글이 구체적이지 않고, 숨진 P양에 대한 집단괴롭힘에 대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성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재수사 요청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에서 자살한 중학생은 자살 당일인 28일에도 폭행당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북부경찰서는 30일 숨진 송모(14)군을 상습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B모(14)군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에서 B군은 송군을 상대로 돈을 빼앗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건 당일인 28일 교실에서 송군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송군의 같은 반 학생들은 “28일 오전 2교시가 끝나고 B군이 송군을 찾아와 교실에서 샌드백 패듯이 때렸다”고 폭로했다. 또 “B군이 송군에게 담뱃값을 마련하라고 협박했고 송군이 700원밖에 없어 친구에게 담배를 부탁하다 담임에게 적발됐다”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송군의 아버지도 “친구들이 영안실에 찾아와 B군이 아들을 괴롭혔다고 말했다”며 “아들도 많이 당했고 다른 애들도 엄청 당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송군의 가족은 폭행과 관련, 친구들의 진술을 녹음해 경찰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 같은 학교폭력과 관련, 경찰은 B군(14)이 송군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거나 간혹 2000∼3000원을 빼앗아 갔을 뿐 정신적인 고통이나 괴롭힘 정도까지 이르지 않는 통상적인 수준의 행위라고 보고해 축소수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군은 29일 오전 9시40분쯤 아파트 옥상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광주=문종규·류송중 기자 nice20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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