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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선박충돌…실종자 왜 많았나?

입력 : 2011-11-12 15:52:22 수정 : 2011-11-12 15: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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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ㆍ심야시간..통신방식 차이로 인한 '불통' 가능성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12일 화물선과 어선이 충돌하면서 선원 8명이 실종됨에 따라 사고원인은 물론, 구조자가 거의 없었던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안지역을 비롯한 충남 서해안에서는 짙은 안개와 거센 파도로 인한 선박 충돌사고가 종종 발생하지만 선원 9명중 구조자 1명을 제외한 8명이 모두 실종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사고원인은 안갯속 경계소홀 추정

태안해경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전 2시15분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 북서방 4.8마일 해상에서 발생했으며, 당시 사고 해역에는 짙은 안개가 낀 상태로 가시거리가 400m 안팎이었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11일 밤부터 12일 새벽 사이 북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서해상에 안개가 형성됐다"며 "사고 당시 실제 주변 가시거리는 굉장히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자료에 따르면 사고 2시간여 전인 12일 0시의 가시거리는 8㎞로, 몇 시간 사이에 기상 상황이 갑자기 악화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2천116t급 화물선 한진3001호는 전남 광양항에서 충남 당진항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그 오른쪽으로 69t급 어선 102기룡호가 먼 바다로 나가고 있었다.

해사안전법과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등에 따르면 2척의 동력선이 상대의 진로를 횡단하는 경우 충돌의 위험이 있을 때 다른 선박을 우현 쪽에 두고 있는 선박이 그 다른 선박의 진로를 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다른 선박을 오른쪽 뱃전에 두고 있는 선박인 한진3001호가 102기룡호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항해해야 한다.

하지만 102기룡호 역시 다른 선박이 가까이 접근해 올 때 충돌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의무는 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두 선박 모두 안갯속에서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해 충돌 사고를 유발한 책임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상선의 경우 대부분 초단파(VHF·Very High Frequency) 방식의 통신망을 사용하지만, 어선은 SSB(Single Side- Band) 방식을 사용해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해경은 해양안전심판원과 함께 한진3001호의 자동식별장치 기록 등을 토대로 양 선박의 항적을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한진3001호 선장과 2등 항해사를 상대로 경계소홀 등 과실여부를 수사중이며 이들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심야시간대 사고로 피해 커

이날 사고로 피해가 컸던 것은 우선 사고발생 시간이 선원들이 잠든 새벽시간대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서해 먼바다에서 멸치잡이 조업을 마친 102기룡호는 사고 발생 1시간여 전인 오전 1시께 신진항에 입항해 멸치를 내려놓은 뒤 다시 작업을 하기 위해 바다로 나가던 중이었다.

때문에 선장 김모씨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원이 다음 조업을 위해 잠을 자던 중이었던 것.

유일하게 구조된 기관장 유모씨도 사고 상황에 대해 "당시 기룡호에는 선장 김씨를 제외한 선원 8명이 자고 있었다"며 "갑자기 심한 충격을 받고 배가 기울어지면서 물이 들어와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

사고 해역을 지나다 유씨를 구조한 201영남호 선장 안모씨도 "큰 배가 작은 배를 들이받으면 작은 배는 곧바로 뒤집힌다"며 "운이 좋으면 밖으로 나올 수 있지만 대부분은 탈출이 어려우며, 기룡호 선원들은 잠이 든 상태여서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침몰 선체 확인..수심 깊어 인양 어려워

태안해경은 사고 후 경비함정 18척과 초계기 1대, 헬기 1대, 해양경찰 122구조대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인 끝에 음파탐지기를 통해 사고해역 수심 60m 해저에 침몰해 있는 기룡호를 확인했다.

해경은 이에 따라 잠수요원 9명을 투입해 선체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수색에 주력하고 있지만 수심이 깊고, 물살이 빨라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잠수요원들은 이날 오후 해저 45m 지점까지 잠수했지만 선체를 육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으며 물살이 약해지기를 기다려 잠수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상태다.

해경은 사고 후 10여 시간이 흐른데다 인근 해역에서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추가로 생존자가 구조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침몰한 선체가 69t급 철선으로 어선치고는 큰 편이어서 선체 인양에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태안해경의 한 관계자는 "육안으로 최종 위치를 확인한 뒤 인양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적어도 1주일 이상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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