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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범죄 대책 인권 역주행 비판

입력 : 2010-07-24 02:11:22 수정 : 2010-07-24 0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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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성폭력 피해아동 치료기관·여성폭력 수사기관 ‘생뚱맞은 통합’ 최근 잇따르고 있는 아동성폭력 범죄를 막을 정부 대책이 ‘효율’에 치중한 나머지 되레 피해 아동의 인권을 유린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으며 아동 성범죄 발생 시 응급구호와 심리·재활치료를 동반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3일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까지 성폭력 및 성매매, 가정·학교폭력 등으로 인한 여성과 아동 문제를 다룰 통합센터 4곳을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는 기존의 원스톱지원센터(여성)와 해바라기센터(아동)를 합친 것으로, 지난 2월 부산 동아대병원에 처음으로 ‘부산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가 문을 열었다.

정부의 논리는 단순하다. 유사 기관을 합쳐 예산 절감과 효율 등을 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동 성폭력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원스톱센터는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진료와 진술확보를 위해 2008년 경찰청 주도로 만들어졌다. 수사를 전제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형태다. 반면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에 따른 상처로 만신창이가 된 아동의 심리안정과 응급치료에 특화된 기관으로 2004년 여성가족부가 설립했다.

해바라기센터 운영위원장을 지낸 연세대 신의진 교수(소아정신과)는 “두 기관은 피해자 접근법부터 전혀 다르다”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동 성폭력은 손가락이나 기구 등에 의해 상처를 입는 일이 많고, 전체의 68%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인다”며 “이런 아이들이 일반 폭력 피해자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인권 유린”이라고 말했다.

원스톱센터 관계자조차 “아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나 노하우가 없다”며 “아동 부문을 떼어내 해바라기센터가 전담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경찰청은 올해 초 피해자 조사에 특정 교수(범죄심리학)에게서 교육받은 전문가들을 배석시키라는 지침을 원스톱센터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바라기센터는 조사 차원에서 피해아동을 원스톱센터에 보내고 있다. 이는 상처받은 아동의 마음을 돌볼 정신과의사 대신 범죄심리 전문가를 택한 것으로, 아동 보호보다는 범인 검거에만 치중한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NGO그룹’의 김영수 아동성착취 전담 한국대표는 “이 같은 조치는 정부에 의한 아동학대, 아동인권 유린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유엔인권이사회(HRC)에 보고할지, 보고하면 한국의 인권등급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물리적 통합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설치가 추진 중인 통합센터도 일단 한 공간에 두되 양 기관의 기능을 별개로 유지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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