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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분별 성매매…위험한 '황혼의 性'

입력 : 2009-09-28 11:54:41 수정 : 2009-09-28 11: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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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공원 찾은 노인 320명 무료검진 해보니
60대 남성 1명 에이즈·27명 매독 등 성병 감염 드러나
포장마차 등서 호객… “얼마나 산다고…” 단속도 허사
먹구름이 짙게 깔린 27일 아침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공원. 일요일 이른 시간인데도 갈 곳 없는 노인 300여명이 공원 곳곳을 지키고 있었다. 공원 왼편 화장실 부근에서 소리가 들렸다. 몇몇 남성 노인이 여성 노인들한테 “술을 사주겠다”면서 옷소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나이 든 그들만의 성매매 방식이었다. 서로 흥정이 이뤄졌는지 금세 현금이 오갔고, 노인들은 곧 인근 여관쪽으로 사라졌다. 이를 지켜보던 김모(69)씨는 “자주 봐서 그런지 무덤덤하다”고 말했다.

인근 지하철 종로3가역. 하릴없이 홀로 앉아 있는 남성 노인들에게 50대 여성들이 ‘박카스’를 건네며 말을 건넸다.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들이다. ‘박카스’의 주선으로 1시간가량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한 쌍은 ‘뜻’이 맞았는지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도 인근 여관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노인들이 즐겨찾는 종묘공원이 노인의 ‘성 해방구’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경찰의 지속적 단속에도 성매매와 ‘박카스 아줌마’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무분별한 성매매로 성병에 걸린 노인도 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의 성문제’는 여전히 그들만의 문제로 여겨지고 있을 뿐이다.

서울 혜화경찰서가 ‘기초질서 캠페인’ 일환으로 지난달 25일 종로구보건소와 강북삼성병원 도움을 받아 종묘공원을 찾은 노인 320명을 대상으로 무료검진한 결과 깜짝 놀랄 만한 통계가 나왔다. 60대 남성 1명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된 상태였고 27명이 매독이나 임질 등 성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종묘공원에서 성매매에 나서는 여성은 2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주로 ‘박카스 아줌마’나 조선족, 노숙인, 지적장애인 등이다. 연령대는 젊게는 20대에서 많게는 80대까지 다양하다. 종묘광장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그래도 ‘박카스 아줌마’들은 피임기구를 쓰지 않으면 성관계를 아예 갖지 않는다지만 조선족 성매매여성 등은 성병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 호객행위가 주로 이뤄지는 곳은 종로3가역과 종묘공원 왼쪽에 늘어선 포장마차 등 술집이다. 성매매 대가도 한 차례 1만5000원∼하루 5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과 구청은 콘돔 나눠 주기 등의 캠페인과 호객행위 단속을 병행하고 있지만 성매매는 전혀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지난 8일에도 경찰은 성매매 호객행위를 하던 박모(58·여)씨 등 4명을 적발해 입건했다.

종묘공원에서 성매수를 하는 노인들은 원초적인 욕구를 배출할 길이 다른 곳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성병 위험성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종묘공원에서 만난 이모(70)씨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성병이 대수냐”고 말했다. 황모(65)씨도 “임질은 약 먹으면 금방 낫고, 매독은 잠복기가 7년이라지만 그때까지 살지도 모르는데 성병이 무섭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종묘광장관리소 김진수 단속반장은 “노인들이 성 얘기를 내놓고 하는데 민망한 게 사실이지만 단속 위주로 대응하다 보면 성매매가 음지로 더욱 숨어들 뿐”이라며 “노인 성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건전한 성문화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후에도 노인 성매매 관련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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