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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개발 본업은 외주 맡기고 선거용 여론조사 골몰

입력 : 2013-07-10 10:54:40 수정 : 2013-07-10 10: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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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당연구소 운영 실태 108억1037만원. 지난해 각 정당의 정책연구소에 들어간 국고지원금 액수다. 좋은 정책을 개발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세금 지원이다. 하지만 세계일보가 9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중앙선관위로부터 입수한 정당 정책연구소 회계자료는 부실 그 자체였다.

◆인건비 내느라 정책개발은 ‘뒷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여연)는 지난해 인건비로만 총지출의 62.8%(53억1888만원)를 썼다. 소속 직원 96명(박사급 20명, 석사급 19명, 일반직원 57명)의 봉급이다. 사무소 설치·운영비로 쓰인 24억5927만원(16.7%) 중 상당액은 직원 복리후생에 쓰였다. 4대 법정보험금, 주차권 구입, 급식 지원, 회식비, 백화점 물품구입비 등도 포함됐다.

여연 관계자는 “국고지원금 절반 이상이 인건비로 쓰이는 바람에 연구비는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인재는 연봉문제로 구하기 어렵고 연구인력의 연봉도 사설연구소에 비해 20∼30%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민정연)도 사정은 비슷하다. 총지출액의 60%가량인 30억4433만원을 36명(박사급 5명, 석사급 6명 등 연구원 17명과 일반직원 19명) 인건비로 사용했다. 1인당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은 것이다. 연구원 소속 직원이 누락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연구원 소속으로 중앙당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적어도 20, 30여명이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주에 의존한 정책개발

여연이 지난해 보고한 정책개발비는 총지출의 14.6%(12억3591만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정책을 독자개발하기보다는 대부분 외부에 의존했다. 얼마 되지 않는 정책개발비 중에서도 일부분은 객원연구위원 운영비나 정책간담회, 수시현안 명목으로 개인 인건비에 쓰였다. 여연은 객원연구위원 운영비조로 매달 900여만원을 지출했다. 중장기 과제 대부분은 대학이나 한국미래전략연구소 등에 외주를 줬다. 외부 정책개발팀이나 객원연구위원의 식비도 정책간담회 등의 명목으로 정책개발비 항목에 포함시켰다.

민정연도 인건비 절반 정도인 16억5478만원(32.40%)을 정책개발비에 썼지만, 연구인력이 부족한 탓에 외주 비중이 컸다. 민정연은 친노(친노무현)계 인사들이 참여한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을 비롯한 경제철학연구회, 청년통일문화센터 등에 용역과제를 맡겼다. 정책개발비에는 매월 300만원의 원장 업무추진비와 각 200만원씩 4명의 부원장 업무추진비가 반영됐다. 두 차례 전당대회와 대선후보 경선 중 각종 출장비 명목으로 지출된 경비도 만만치 않았다.

선관위가 전·후반기 각각 일주일 정도 회계감사를 실시하지만, 예산전용 사례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한 관계자는 “현행 시행규칙은 정책연구소의 재산상황과 수입·지출명세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을 뿐 세부항목별 용처를 명확히 정의하진 않아 인건비 과다지출 등을 위법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거용 여론조사에는 ‘열심’

여연이나 민정연 모두 지난해 총·대선에서 적잖은 규모의 여론조사 비용을 지출했다. 여연은 정책토론회를 42회 주최했지만, 본업이 아닌 여론조사는 727회나 실시했다. 총선 지지율 조사는 660회, 대선 지지율 조사는 38회나 된다. 여연은 선거 후에도 주단위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 각 정당 지지율 항목이 포함된 현안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민정연은 61차례로, 여연보다 많은 정책토론회를 열었지만 여론조사 횟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여론조사 비용은 1억1630만원으로 집계됐다.

여야 모두 세금과 같은 보조금을 쓰면서도 여론조사는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보고서는 대외비로 분류돼 당지도부 등 핵심 권력층에게만 전달되는 탓이다.

◆당지도부에 휘둘리는 이유는 돈

각 정당의 정책연구소는 사실상 수입의 100%를 정당을 통해 지원받는다. 여야 모두 연구소재단의 이사장직은 당대표가 맡고 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당대표나 최고위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소의 활동 역시 당지도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임기가 보장된 당 정책위의장과 달리 정책연구소장의 인사권은 당지도부의 손에 달려 있어 당내 입지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야 공히 연구소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여연 소장 출신인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지난 8일 정당 정책연구소의 모금활동과 수익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문가도 정책연구소의 독립성 확보가 개혁의 1순위라고 입을 모은다. 김기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팀장은 “연구소를 정당을 위해 운영하면서 (국고)보조금까지 받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달중·박세준·김채연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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