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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서울 지킨 '짝퉁' 대공포… 허술한 관리 도마 위

입력 : 2011-05-19 16:36:44 수정 : 2011-05-19 16: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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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을 지키기 위해 배치된 오리콘(Oerlikon) 대공포가 6년간 국방부 조달본부의 허술한 무기 입찰 과정을 뚫은 불량 부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무기의 ‘부품’에 불과하다며 최저가 낙찰 방법을 쓰고 서류상으로만 확인, 인수 과정에서 점검도 하지 않았던 국방부 조달본부의 허술한 시스템 탓에 6년간 ‘짝퉁’ 대공포가 서울을 지키고 있었던 것. 

시설도 갖추지 못한 국내 무자격 업체에서 만든 불량 대공포 부품을 수입 규격제품으로 둔갑시켜 군에 납품해온 군납업자가 적발됐다.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내 무자격 업체에서 제조한 오리콘 대공포 포몸통을 미국의 군수업체에서 제조한 것인냥 속여 국방부에 납품한 혐의(사기)로 N 무기 군납업체 대표 안모(5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국방부 조사본부도 당시 무기 부품 입찰·점검과정이 안일했음을 일부 인정하고 내부 비리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국방부 조달본부와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의 T 무기중개업체 명의로 오리콘 대공포 포몸통 79개(48억8000만원 상당)를 낙찰받았다. 그는 국내 무자격 업체인 Y에 폐기된 포몸통과 설계도면 등을 주며 ‘짝퉁’ 포몸통을 만들게 한 뒤 홍콩 등으로 보냈다가 역수입하는 수법으로 국방부에 위장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포몸통은 35mm 오리콘 대공포의 몸통으로 탄약 송탄, 장전 등의 역할을 하는 오리콘 포의 핵심 부품이다. 한국기계연구원 실험 결과 그가 납품한 포몸통은 열처리를 하지 않아 조기 손상이 발생하는 불량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 3월 충남에서 있었던 정기사격 훈련에서 800발을 쏜 뒤 포몸통이 아예 두 동강이 나기도 했다. 

조사결과 안씨가 내세운 미국의 T 무기중개업체가 사실은 군수물자 제작·공급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트럭 부품 도매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국방부 조달본부는 이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가 이런 불량 부품을 6년간이나 납품할 수 있었던 것도 의문이다. 비결은 그의 ‘철저한 A/S정신’. 국방부 조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안씨가 납품 도중 불량품이 발생했을 때 바로 다른 제품으로 대체해주는 등 A/S가 철저해서 국방부 측에서 ‘안일하게’ 넘어간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부품 등 무기 구성품으로 들어오는 게 수십만개라 무기 중요도에 따라 제품을 시연한다”며 “포몸통의 경우는 핵심 부품이 아니라 서류상 점검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등 수도 방위를 담당하는 오리콘포의 몸통이 핵심 부품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국방부의 무기 거래는 2006년 국방부 조달본부에서 독립한 방위사업청이 맡고 있으며 지금도 무기 부품의 경우 성능이 동일할 때는 최저가 낙찰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주요 부품이 아닐 경우는 여전히 성능 조사 없이 서류상으로만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계약 내용을 검증하고 무기나 부품 인수 시 실사하도록 시스템을 보강하고 있으며 안씨와 유착한 내부 비리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내부 감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heyd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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