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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구타·가혹행위… 사람잡는 해병?

입력 : 2011-03-25 15:04:11 수정 : 2011-03-25 1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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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폭행 전통’ 인권위 직권조사 해보니
폐쇄적 병영문화·지휘관 관리 부실 문제 키워
상부에 알려도 구두훈계 그쳐… 근절대책 시급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자원 입대자가 크게 늘고 인기 스타 현빈의 입대 등으로 해병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2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병대에서 후임병들에 대한 구타 및 가혹 행위가 광범위하고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내놓은 직권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특히, 문제 해결보다는 지휘·감독자의 묵인과 사건 은폐·축소 시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가혹행위에 유독 관대한 해병대 특유의 폐쇄적 병영문화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매달아 때리고 취식 강요… 6주 부상

인권위가 관련자 진술과 의무기록 리스트, 부대 내 구타사건 징계기록 등을 조사해 이날 공개한 해병대 모 연대 내 가혹행위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했다. A 상병은 ‘군기를 잡는다’며 후임병들을 이층 침상에 매단 뒤 복부와 가슴 등을 폭행하고, 슬리퍼로 뺨을 때리는 등 수시로 괴롭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후임병 1명은 늑골과 흉골이 부러져 입원치료까지 받았다.

B 병장과 C 상병은 청소불량과 암기소홀 등을 이유로 후임병들을 구타하거나, 밥을 높게 쌓아 놓고 짧은 시간 안에 다 먹도록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D 일병은 청소상태가 불량하다며 후임병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볼펜이나 가위 등을 끼워 꽉 잡게 한 후 돌렸다. 이 후임병은 양쪽 검지 관절뼈가 돌출됐다. 중대 쉼터에서 후임병의 가슴을 때려 전치 6주의 늑골 골절상을 입히기도 했다. 인권위는 해병대 사령관에게 가해 사병 8명을 재조사해 사법처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또 해군참모총장에게는 해당 사단장·연대장의 경고 조치와 지휘계통 관련자 11명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악으로 깡으로’… 왜곡된 해병 전통

해병대 내 가혹행위가 곪아터진 것은 구타·가혹행위에 ‘관대’한 해병대 특유의 병영문화와 지휘감독자의 관리 부실 때문이라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상부에 피해사실을 알려도 묵인하거나, 오히려 이를 빌미로 다시 폭행을 가하는 일이 빈번했다는 것.

실제 A 상병에게 맞은 이등병이 다발성 늑골·흉골 골절상을 입었지만, 선임병들은 ‘축구를 하다 다쳤다’고 말하도록 강요했다. 간부들은 구타 사실을 알고도 사단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영창 10일의 행정처분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했다. 다른 사병은 행정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구두 훈계에 그치면서, 오히려 더 심한 폭행에 시달렸다.

대부분 가해자는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후임병 시절 비슷한 구타 및 가혹 행위를 당했고, 이를 참고 견디는 것을 ‘해병대 전통’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폭행사건을 상부에 알리면 발설자를 ‘기수 열외’시켜 후임병에게도 반말과 폭행을 당하게 하는 등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지휘·감독자들이 명예훼손과 불이익을 우려해 ‘구타에 대해 엄정히 사법처리하라’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점, 2010년 의무대 환자 발생보고서상 고막 천공, 비골·늑골 골절, 대퇴부 파열 등 타박상 기록이 250여건에 이르지만 발병 경위 등은 부실하게 기록한 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는 “구타와 가혹 행위로 ‘강한 군대’를 만든다는 건 착각이며, 장병들에게 패배의식과 비관주의, 도망주의 같은 비참한 감정만 갖게 할 뿐”이라며 “국군통수권자가 의지를 가지고 구타·가혹행위를 근절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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