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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新 가족리포트] 주부들의 ‘살림 수다’ 세상과 소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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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3-09 10:02:29 수정 : 2009-03-09 1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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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육아 등 정보 인터넷서 반향
입소문 타고 일부 블로거 유명세
노하우 담은 책은 베스트셀러로
실용·신뢰 바탕 추천제품은 불티
‘주부들의 수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동네 마트와 반상회, 학부모 모임에서 이뤄지던 주부들의 수다는 인터넷블로그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같은 주부들의 수다는 단순한 공간적 이동에 그치지 않고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 주도자로 거듭나고 있다. 가족과 아이들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수다는 ‘안전한 요리’ ‘아름다운 집안 꾸미기’ 등으로 확대되면서 ‘삶의 활력 찾기’와 ‘안전한 가정’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창조하는 셈이다. 이처럼 도마 대신 키보드를 두드리는 주부들은 이제 ‘와이프로거(Wifelogger)’라는 이름을 달고 ‘입소문의 중심’에 섰다.

◆인터넷 평정하고 오프라인까지 진출=와이프로거는 와이프(Wife)와 블로거(Blogger)의 합성어. 살림, 육아 등 정보를 교환하고자 삼삼오오 모였던 주부들은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특기’를 찾으면서 이제는 관련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08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부 인터넷 이용자 중 30.9%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프로거들이 가꾸는 블로그 중에는 하루 평균 2만∼5만명이 방문하는 인기 블로그도 적지 않다. 와이프로거들의 활동영역은 요리, 인테리어, 리폼, 육아, 교육 등 다양하다.

유명세를 탄 와이프로거들은 블로그의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펴낸 사람도 있다. 블로거가 펴낸 책이라는 뜻의 신조어인 ‘블룩(blook)’이다. 와이프로거들이 낸 책의 호응도도 높아 요리, 인테리어 서적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자리를 잡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도 하다.


◇와이프로거들은 요리·육아·살림에 관련한 정보들을 공유하며 ‘안전한 가정’과 ‘삶의 활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사진은 한 체험프로그램에서 주부들이 자녀와 함께 음식을 만드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실용과 신뢰, 와이프로거를 읽는 키워드=와이프로거들이 내세우는 장점은 ‘실용’과 ‘신뢰’에 있다. 그동안의 요리책이 ‘몇스푼 넣고’ ‘가볍게 저어주기’ 수준으로 쓰여 주부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한 반면 ‘현직 주부’인 이들의 코치는 상세하고 주부들이 가장 간편하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에 중점을 뒀다. 전문 요리연구가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은 ‘남은 음식으로 진수성찬 만들기’ ‘간단하게 만드는 아이들 도시락’ 등으로 주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요리를 제안한다.

무엇보다 블로그 활동을 통해 ‘한 아이의 엄마’ ‘옆집 아줌마’의 이미지로 더 높은 신뢰를 얻었다. 매일매일 만나는 블로그를 통해 ‘인간적인 신뢰’가 쌓인 탓이다.

소비 패턴에 발빠른 기업들은 ‘이웃집 아줌마 광고모델’을 통한 자사제품 마케팅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파워블로거가 이용하는 조리기구와 조리용품은 블로거에 요리 장면 중 스치듯 사진 하나만 올라가도 일주일 내에 동이 난다.

실제로 ‘그가 추천한 요리 재료는 당일 마트에서 동이 난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둥이엄마’ 문성실씨(blog.naver.com/shriya)의 경우 사용하던 오븐을 공개한 후 하루 만에 동일 제품은 1300개가 팔려 나갔다. 공동구매를 한 유과, 이불세트 등은 모두 하루를 넘기지 않고 바닥이 났다. 블로그를 통해 ‘해피빈’ 기부금 모금을 한 지 6개월도 안 돼 1400여만원이 모였다. “성실씨가 추천하는 건데 믿고 사요”라는 쪽지들이 그의 영향력을 증명한다.

◆와이프로거의 파워, ‘마케팅+사회여론 주도’=와이프로거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책임감도 뒤따른다. 문씨는 “하루에 한 통씩 기업으로부터 제휴 전화가 걸려온다”며 “괜찮은 것을 추천한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이 불만족할 경우 이에 대한 비난을 고스란히 떠안는 것도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 당시 ‘유명기업의 햄을 쓰지 말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시작 이후 ‘이스라엘 과일 쓰지 말라’는 등의 메일도 받았다. ‘유명인’이라는 단어에 ‘공인’이라는 개념을 혼용한 네티즌의 비난을 받을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진다고 그는 말한다.

블로그가 발전단계에서는 쉬쉬하면서 기업의 후원을 받았던 반면 이제는 아예 ‘나는 ○○기업의 후원(혹은 제휴)을 받아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밝히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당당하게 밝히고 ‘후원업체’에 대한 장단점을 확실히 밝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와이프로거들이 단순히 ‘입소문’ ‘살림 수다’에만 치우치진 않는다. 전문분야에 대한 높은 식견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명의 팀을 모아 모니터 요원과 체험단, 봉사활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용기를 통해 제품의 단점을 지적하면서 기업들과 소통한다. ‘프로슈머’ 개념을 완전히 하고 있는 셈이다. 건전한 소비자 활동의 시작도 와이프로거들을 통해 전파된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홍종필 교수는 “기업이 이야기의 주체가 된 광고보다 사용자들의 후기를 통한 광고가 더 높은 신뢰도를 형성한다”며 “최근 웹 2.0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입지를 구축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려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러한 목소리는 ‘소비자 프렌들리’하게 나타나면서 기업에는 광고효과를, 소비자에게는 기업에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할 수 있어 ‘윈윈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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