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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북한 특사 파견은 줄타기외교 업그레이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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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처지 北 결정적 순간 출구전략
朴대통령, 한·미·중 공조체제 주도를
“북한은 줄타기 외교의 명수다.”

북한에 정통한 정부 고위인사가 평소 북한 외교를 얘기할 때마다 하던 말이다. 그는 과거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차례 방중, 구걸외교에 매달릴 때에도 결코 미국카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특사외교를 보노라면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북한은 22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군부실세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중국에 보내 또 한번 깜짝쇼를 펼쳤다. 북한의 노림수는 뭘까. 

주춘렬 국제부 차장
불과 6일 전 북한의 2인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평양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비밀특사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 관방 참여(총리자문역)를 만났다. 양측은 일본인 납북자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으로서는 이 문제를 미끼 삼아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금을 챙겨 경제재건의 숨통을 트자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틀림없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대선과 중국의 지도부 교체 때 북한은 이미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일본과 국장급 실무회담을 하며 공을 들였다. 북한이 미사일과 핵 도발을 하면서도 집요하게 일본 수교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셈이다.

일본의 속내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홍콩 아주시보(亞洲時報)는 최근 일본이 특사파견을 한국과 미국에 숨긴 점에 주목해 일본이 미국 동맹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지역패권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정권이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부정하는 야만적 역사 도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본은 북한을 지렛대 삼아 핵무장을 포함해 군사대국화를 꾀해 굴기하는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아베 정권이 한·미·일 동맹체제를 깨면서까지 북한에 접근한 것은 이 까닭이다.

중국 역시 일본의 핵무장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정설이다. 일본이 중국의 아시아 패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양국은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싸움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시계를 넓혀보면 미·중 사이에서 오갔던 북한의 줄타기 외교가 중·일 사이로 옮겨온 형국이다. 이번 특사파견은 줄타기 외교의 업그레이드판인 셈이다.

통상 최고지도자의 특사파견은 양측 간 상당한 교감과 성과가 기대되는 상황으로 이뤄지는 게 외교가의 관례다. 류훙차이(劉洪才) 북한주재 중국대사가 평양 공항에서 최 특사와 날씨 얘기를 나누며 배웅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북·중이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비핵화 논의를 시작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기도 절묘하다. 다음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회동하는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미사일과 핵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왕따’ 처지에 몰린 북한이 결정적 순간을 맞아 교묘한 출구전략 찾기에 나선 듯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각국의 동향과 동북아 정세변화에 촉각을 바짝 곤두세워야 한다. 북한이 기존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을 ‘통중·통일, 봉남’ 전술을 구사하면서 우리의 입지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 삼아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중’ 3각 공조체제를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협력부터 한반도 긴장완화에 이르기까지 경제·외교 전반에 교감과 공통 이해를 넓혀나가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통일의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정부는 ‘통일한국’이 중국의 이해와 부합한다는 점을 집중 설득하는 게 긴요할 성싶다.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는 통일한국이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의 해법이며 통일도 전쟁도 바라지 않는 ‘불통불란(不統不亂)’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높게만 보이는 분단의 장벽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시기에 우연을 가장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 미소 짓는다’는 말을 곱씹어볼 때가 아닌가 싶다.

주춘렬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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