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미래가 위험해지고 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평양에 특사를 보냈다. 주변국과 싸움판을 벌이지 못해 안달 난 양 행동해온 그가 갑자기 평화주의자로 변신한 건가. 과거 제국주의 침략을 부정하는 망언도 모자라 인간 생체실험을 한 일본군 731부대의 숫자 ‘731’을 새긴 훈련기에 올라 찍은 사진을 언론에 뿌린 그다. 거꾸로 가는 일본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나쁜 짓은 나쁜 짓이니 사죄해야 한다”고 했겠는가.
평양으로 간 사람은 내각관방 참여 이지마 이사오(飯島勳)다. 북·일 교섭 때마다 감초처럼 등장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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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원 논설실장 |
궁금해진다. 일본이 왜 이런 일을 벌이기 시작했을까.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맞서 동북아는 똘똘 뭉쳐 대응하는 마당이다. 그 중심에는 한·미·일 동맹이 있다. 우리로서는 일본을 동맹국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미국은 한·미·일 동맹을 아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지렛대로 삼고 있다.
특사를 왜 보냈을까.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한다고? 그것은 철 지난 이슈로, 지금과 같은 시기에 들고 나올 사안도 아니다. 일본이 동북아 외교무대에서 왕따로 변했으니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서 일까. 일본이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란과 같은 길을 걷겠다는 것인가.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면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철저히 옹호하는 편이 낫다. 모두 이유가 될 수 없다. 지지율로 본 아베의 정치적 입지는 탄탄하기 만하다.
그런 까닭에 일본의 간계(奸計)를 생각하게 된다. 북·일 관계 정상화를 내걸고 경제적 지원과 수십억달러의 전쟁 배상금으로 북한을 유혹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이 북한에서 누리던 ‘형님’ 자리를 빼앗을 여지가 생긴다. 북한이 경제·외교 압박에 핵을 포기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일본의 핵무장 길도 열 수 있다. 북한 정권이 경제봉쇄로 파산하는 것을 막아 남북통일도 저지하게 된다. 북한을 부추겨 대규모 군사도발을 감행하도록 할 수 있다면 일본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만들어진다. 한국경제의 도전을 따돌리고, 한반도에 군국주의 일본이 상륙할 여지가 생기는 탓이다.
일본이 감수해야 할 것은 미국의 핵우산을 포기하는 일뿐이다. 어차피 핵무장을 하는 마당에 그것은 큰 문제도 아니다. 일본 극우 정치인의 망언 퍼레이드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가. “내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16조달러의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의 힘이 약해졌으니 미국으로서도 이런 일본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위험한 곳은 남과 북이다. 일본의 간계가 대북 투자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면 북한의 자원과 토지는 일본의 수중에 넘어가고, 실질적인 ‘조·일 병합’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설혹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더라도 북한의 알짜자산 소유권은 일본이 장악한 터다. 남한은 어떨까. 중·일 등거리 외교의 칼을 갖게 된 북한은 더 기고만장해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할 성싶다. 도발 원점을 타격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경제의 도전을 따돌리려는 일본의 바람은 마침내 이루어지게 된다.
수백 년 동안 한반도에 좋은 기억이라고는 남긴 적이 없는 일본이다. 그런 일본이 다시 한반도에 질곡의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베와 김영남의 웃음소리에는 불길한 한반도의 내일이 어른거린다. 총력 대응하지 않으면 미래는 불안해진다.
강호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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