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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뚤어진 '갑을 문화' 남양유업뿐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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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5-06 21:44:52 수정 : 2013-05-06 21: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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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상무’ ‘제빵 회장’ 사건에 이어 이번엔 식품업체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퍼부은 욕설과 폭언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2010년 남양유업 영업사원과 대리점 주인 사이에 오간 통화 내용이 담긴 파일이 엊그제 공개됐다. 검찰은 남양유업 본사와 지점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했다.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은 대리점 주인에게 “죽기 싫으면 물건을 받으라고요. 물건이 못 들어간다는 그따위 소리 말고”라며 윽박질렀다. “물건을 받고 버리든가, 망해 그러면. 망하라고요. 망해 이 ×××”라며 반말에 욕설까지 했다. 30대의 영업사원이 50대 대리점 주인에게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협박성 폭언이다.

남양유업 사태에는 힘 있는 갑이 힘없는 을을 처참한 지경으로 내모는 ‘비뚤어진 갑을 문화’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얼마 전 대기업의 한 임원이 항공사 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일과 제빵회사 회장이 호텔 직원의 뺨을 지갑으로 후려친 일도 똑같은 갑의 횡포다.

남양유업에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우유업종뿐 아니라 잘 팔리는 소비재라면 제조사와 대리점 관계는 극단적인 갑을 관계를 맺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관계를 이용해 재고를 떠넘기고, 시장을 확장하기도 한다. 시민이 이 사건에 공분하는 이유는 힘없는 대리점 주인과 자영업자를 희생양 삼아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불공정한 상도가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공생’의 사회적 책임을 제쳐둔 채 갑의 횡포를 통해 내 배만 불리겠다면 그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일그러진 갑을 문화는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남양유업 사건부터 철저히 수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업들도 스스로 갑의 횡포를 점검하고, 자정운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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