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문화산책] 전통의 현대화 그리고 세계화

관련이슈 문화산책

입력 : 2012-12-14 23:45:20 수정 : 2012-12-14 23:45: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적 뮤지컬 ‘화선 김홍도’ 큰 반향
우리 선율·정서로 세계시장 도전을
장삼 자락 흩날리며 공간을 가르는 세찬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춤사위가 시선을 압도한다. 삼현육각이 포진한 가운데 그림 속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무동의 생동감 넘치는 웅혼(雄渾)한 몸짓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선후기 천재 화가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다룬 ‘화선 김홍도’의 단상이다. 언제부터인가 서양 뮤지컬이 공연시장을 지배하는 형국이다. 이런 공연계 풍토에서 고유의 가무악극 형식 ‘화선 김홍도’가 관객점유율 90%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한국예술학
한국적 뮤지컬을 표방한 ‘화선 김홍도’의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우선 전통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고유의 춤과 노래, 가락을 바탕으로 한 가무악극 형식, 그림에 투영된 독특한 영상기법의 새로운 무대 메커니즘도 기존의 공연미학을 능가한다. 판소리와 민요, 정악 등 전통 가락과 서양 클래식, 뮤지컬 음악의 조화가 돋보인다. 우아함과 교태미가 압권인 교방무를 비롯해 너울너울 학이 날아가는 형상으로 무대를 부유하는 한량춤, 질박하고 해학미 넘치는 민속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선 김홍도’는 한마디로 통섭과 융합의 산물이다. 그림 속 등장인물의 환생과 무대, 객석의 경계를 초월해 자유로이 넘나드는 인물군상의 모습이 우훙의 ‘그림 속의 그림’의 논법을 연상시킨다. 당대 최고의 고수가 참여한 가무악극 형식은 장르를 통섭하고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뛰어넘어 화학적 융합을 지향한다. ‘화선 김홍도’를 감싸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은 ‘전통의 현대화’로 압축된다. ‘전통의 현대화’는 시공을 초월한 예술적 화두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전통에서 소재를 발굴해 세계무대를 겨냥한 창작발레가 뚜렷한 예술적 성취를 거두고 있어 반갑다. 국립발레단의 ‘왕자호동’,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은 전통을 원천으로 삼아 해외무대에서 호평받은 명품 발레로 손색이 없다. 고구려의 왕자 호동과 낙랑국 공주 사이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왕자호동’은 작년 이탈리아 산카를로극장에서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발레 한류를 견인한 ‘심청’은 올해 발레의 본고장 파리에 진출해 까다롭기로 소문난 프랑스 관객을 매료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1986년 초연 이래 15개국에서 200여 회 공연한 ‘심청’은 월드투어를 통해 효의 가치관이 세계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내는 주제임을 재확인시켰다. 특히 ‘심청’에 등장하는 발레리나들이 토슈즈 대신 꽃신을 착용해 발레 한류를 추동했음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악의 선율과 고유의 의상인 한복, 한국적 정서가 녹아 있는 무대장치 등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구현해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얼마 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발레가 19세기 유럽에서 공연됐음을 증명하는 악보와 기록이 발견돼 화제가 된 바 있다. 1897년 오스트리아 궁정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코레아의 신부(新婦)’는 일본의 침략을 받은 조선의 왕자가 나라를 구하려고 전쟁터에 나가자 그를 사랑하는 조선 여인이 함께 전장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레아의 신부’가 공연된 시기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가 오스트리아 궁정오페라하우스의 예술감독이었다는 사실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근대 유럽의 동방취미(東方趣味)의 경향성을 반증하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특히 ‘코레아의 신부’가 일본을 소재로 한 오페라 ‘나비부인’, 중국 소재의 ‘투란도트’보다 앞선 시기에 공연됐다는 사실도 주목거리다. 이 작품을 우리 발레단이 재현, 복원해 서양무대에 역수출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적 선율을 담은 음악과 우리 고유의 의상, 몸짓을 통해서 말이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한국예술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