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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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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15 20:59:57 수정 : 2012-10-15 20: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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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래 700억달러 규모인 한·일 통화스와프가 오는 31일을 기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전 수준인 130억달러로 줄어든다. 

장성호 배재대 교수·정치외교학
마이너스 외화통장 또는 일종의 외화보험이라 일컫는 통화스와프, 이는 외환위기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체결한 통화교환협정(치앙마이 협정)이다. 1990년대 말 발생한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맺은 금융협력 협정으로, 어느 국가에서 달러 유동성 부족 등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국제기구에 의존하지 말고 서로 자금지원과 통화스와프 등의 수단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지난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방문 이후 한·일관계가 경색국면에 들어가며 실제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에 대한 회의론이 강세를 이뤄왔다. 게다가 일본 언론을 통해 한국 측에서 통화연장을 요청하지 않을 경우 중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한·일 감정싸움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9일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을 종료하기로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 대신 주기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독도문제에 대한 일본의 도발로 악화된 국민 정서에도 부합한 적절한 대응으로 생각한다. 또한 우리 시장의 내구성이 강화돼 있는 현실적 자신감도 반영됐다.

하지만 한·일 간의 오랜 관계를 볼 때, 단순히 정치적으로 감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양국 간의 특수성을 고려해 입체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을 교두보 삼아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미루어 생각한다면 현재 미국의 독도문제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외교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속설처럼 언제까지 일본을 계속해서 등한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의 경제의존도를 생각한다면, 한·일 통화스와프가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경제대국 일본조차도 2010년 센카구제도(중국명 다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경제 전쟁이 벌어졌을 때,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조치에 간단히 굴복한 바 있다. 우리에게 같은 시련이 다가온다면 과연 이에 대응할 만한 경제적 국력이 탄탄히 뒷받침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거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부품 및 소재를 일본이 공급하지 않는다고 천명했을 때 우리는 희토류전쟁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통화스와프 카드로 한국을 길들이려고 했던 일본의 상황도 결코 만만치 않다. 통화스와프 축소 시 일본 엔화의 급등과 원화 하락으로 인해 일본은 불리해지는 반면 우리 수출경제에는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 아시아 최고의 시장인 중국과 550억달러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은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오늘날의 국력은 정치적 위상뿐만 아니라 경제 및 외교력이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다. 앞으로 우리는 한·일 간의 통화스와프뿐만 아니라 영토문제 등 갈등과 무한경쟁의 굴레에서 우리가 감내해야 할 고통과 함께 나누고 보완해야 할 다른 것은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장성호 배재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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