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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서울대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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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11 18:28:37 수정 : 2012-10-11 18: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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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이다. 우수 두뇌를 뽑아 나라의 동량지재로 키워내는 곳이다. 오연천 총장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대학”이라고 자평했다. “세계 명문대학과 어깨를 견주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부상했다”고도 했다.

그런 위상에 걸맞지 않은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행적 인권침해 사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제 서울대인권센터가 발표한 ‘서울대 인권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교수들의 횡포는 상식 밖이었다. 출장을 간 교수의 빈 집에 가서 개밥 주기, 이삿짐 날라주기, 교수 아들 생일파티 때 풍선 불어주기 등 대학원생들이 요구받는 ‘개인비서’ 업무는 다양했다. 파렴치한 교수들이 대학원생의 미래를 볼모 삼아 그들을 종 부리듯 한 것이다.

법적 처벌이 뒤따를 수도 있는 비리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연구비 유용과 같은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학위논문 심사 때 선물을 강요하는 교수도 있었다. 한 대학원생에 따르면 감사비 명목으로 지도교수에게 현금 수백만원을,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상품권으로 수십만원씩 지급한다는 것이다. 폭언과 욕설, 성 비하 발언, 폭력 등 ‘지성의 전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권침해 사례도 수두룩했다.

인권침해가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느 대학이든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부당한 요구라도 응할 수밖에 없는 대학원생의 처지를 교수가 악용하는 것이다. 이런 악습을 뿌리 뽑지 않고는 대학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이 자체 조사를 통해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는 인권침해의 악습의 고리를 끊는 데도 선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다른 대학들도 남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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