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배재대 교수·정치외교학 |
본래 세계 학생운동 조직의 모델은 혁명에서 주도권을 발휘하기 위한 정당조직을 모방한 ‘민주적 중앙집중제’라는 러시아혁명의 레닌주의적 모델로부터 왔다고 볼 수 있다. 토론은 민주적으로 치열하게 전개하되 일단 결론이 나면 어떠한 비판도 불용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원리이다.
우리의 학생운동은 4·19혁명, 1987년 민주화운동 등 한국사의 굴곡의 순간마다 사회변혁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과 정의로움의 상징에서 지나친 이데올로기 논쟁과 과거에 함몰되는 모습, 조직 내부의 도덕적 결함 및 기강해이로 말미암아 학생운동의 젊은 혈기를 퇴색시켰다.
때마침 얼마 전 고려대 총학생회는 재적인원 1만858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탈퇴안건을 찬성 89.22%의 지지를 얻어 통과시켰다. 비록 전체 재적인원의 약 23%가 투표에 참여했으나 총학생회 회칙에 따르면 정책투표는 10%의 참여로 성립 가능하다. 한대련의 탈퇴안건에 대한 학생의 찬성률이 약 90%에 이를 만큼 절대적이라는 것은 그간 학내문제 우선이 아닌 정치 편향적이었으며, 일부 세력은 북한을 찬양하는 등 지금까지 한대련의 정책과 노선방식에 많은 학생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위주의 체제와 민주화시대를 거치며 학생운동은 우리 사회의 역동적인 한 축을 차지하며 국가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가 사라진 이후, 대학생이 반값등록금 투쟁과 같은 보다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학내 문제 등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대학생의 대표를 스스로 자처하며 등장한 한대련의 시대착오적인 시각과 이념적 편향성은 점차 구성원인 학생들의 실망과 좌절감을 가속시켰다. 학생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대학생 대표조직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가운데 우리는 지금 학생운동의 전환기적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
선거운동이든 학생운동이든 시대정신을 좇는 운동은 성공한다. 전대협→한총련→한대련으로 이어온 한국의 학생운동도 이제는 낡은 투쟁방식을 포기하고 시대정신에 맞게 그 운동의 목표와 방향도 재정립해야 할 때가 됐다.
장성호 배재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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