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 줄타기에 국민들은 피곤 미국 공화당 소속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는 지역 정가에서 가장 잘나가는 인물이었다. 내리 3선을 하며 빼어난 고용 실적을 올렸다. 공화당스러운 면모에다 카리스마 넘치고 꾸밈 없는 언행은 인기 비결이었다. 그가 지난해 8월 대권에 도전하자 대중은 열광했다. 지지율은 단숨에 1위로 뛰었다. 당내 선두주자 밋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를 제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위협했다. 차분하던 대선판이 경기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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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범구 국제부장 |
페리에 앞서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 등도 경선을 포기했다. 낙오자 그룹은 결국 대통령 자격을 철저히 검증하는 여론의 심판대를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등 몇몇은 지난해 말 뒤늦게 출마하려다 접었다. “엄격한 평가를 거치지 않아 무임승차”라는 언론의 십자포화 때문이다.
롬니는 숱한 시험을 넘기고 5월29일 후보로 확정됐다. 그러나 곧바로 본선 무대에서 다시 검증을 받는 중이다. 오바마 진영은 그의 ‘베인 케피털’ 경영자 시절 직원 해고 이력을 물고 늘어지며 집요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일자리 팔아먹기 대장’ 논쟁은 31일로 98일 남은 미 대선(11월6일)의 최전방이다.
프랑스는 얼마 전 대선을 치러 정권을 교체했다. 제1야당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4·5월 1·2차 투표를 거쳐 현직 대통령을 꺾었다. 올랑드는 지난해 6월 말 후보 등록으로 시작된 당내 경선전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그러곤 그해 10월16일 경선 결선까지 가서 후보 자리를 쟁취했다. 1년 가까운 검증기를 견뎌내고 영광의 기쁨을 누렸다.
7월1일엔 멕시코 대선이 있었다. 여기도 야당 승리였다. 주인공인 제도혁명당(PRI) 페냐 니에토 전 멕시코주 주지사는 일찌감치(2011년 9월20일) 출마를 선언했다. 공약을 내놓고 이행 공증까지 받았다. 40%의 높은 지지율로 줄곧 수위를 지켜 대권을 차지했다. 집권당 후보는 무력했다. 페냐 니에토에 비해 너무 늦게(2월5일) 선출된 탓이 크다. 그래도 여야 대결구도가 정리된 시점은 대선 5개월 전이다.
미국보다 40여일 뒤 대선을 맞는 한국. 결전(12월19일)이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전선은 아직도 시계제로다. 8·9월 새누리·민주당 후보가 가려지겠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민주당 선수가 그대로 갈지 바뀔지, 다른 야당 혹은 무소속 후보가 가세할지 알 수 없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은 야권 후보 단일화 시나리오를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회의하는 민주당 시선이 확 늘었다.
‘마이너리그’ 양당의 스케줄은 큰 변수가 아니다. 관건은 메이저리거의 행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변죽만 울림으로써 18대 대선은 여전히 미궁 속을 헤매고 있다. 링에 오를지, 언제 오를지 선택은 안 원장 몫이다. 요리조리 재는 것도 전략일 수 있다. 이런 그를 민주당이 싸고 도는 것은 야당 일이다. 안 원장의 존재가 야권 대선주자의 걸림돌인 줄 모르는 무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때문에 애꿎은 이는 유권자다. 갑갑하고 짜증 난다. 불안하기도 하다. 안 원장의 줄타기가 이어지면서 지지 후보 결정이 헛갈린다. 또 ‘늑장 출마’가 이뤄지면 진면목 알기가 충분하지 않다. 그러기엔 남은 대선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 책이나 TV 속의 안철수는 가꾼 모습이다. 재벌 오너 구명 운동 같은 ‘민낯’은 드러나지 않는다. 숨겨둔 ‘안철수 사람’도 문제다. 대선 표심은 후보 개인에 대한 것만 아니다. 측근·참모 집단에 대한 평가도 포괄한다. 안 원장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만약 페리가 대선 두 달여 전쯤 출마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미국에선 쓸데없는 가정이 현실이 되려는 게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허범구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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