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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휴가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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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7-16 20:57:48 수정 : 2012-07-16 22: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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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만 해도 여름휴가는 소박했다. 젊은이들은 배낭을 메고 산과 물을 찾아 떠났다. 텐트는 물론 쌀과 김치 등을 모조리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온 탓에 비용 걱정도 없었다. 텐트가 비좁아 잠을 설치고, 버너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쫄쫄 굶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모닥불과 기타만 있으면 여름밤은 행복했다.

그 시절, 직장인들도 부담 없이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났다. 휴가지는 고향이나 외가가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은 온종일 산과 시냇물 사이로 쏘다녔고, 어른들은 계곡에 발 담그고 천렵을 하며 매운탕을 끓여 먹는 게 일이었다. 원두막에 누우면 한낮의 더위는 어느새 저녁 바람으로 바뀌었다. 풀벌레가 정신없이 울어대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아이들과 손잡고 별을 헤곤 했다. 여유롭고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이런 휴가 풍경은 이젠 옛날이야기다. 요즘 직장인들은 휴가철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만 쌓인다. 사람들로 넘쳐나는 관광지,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이들은 해외여행을 떠나자고 조르지만 지갑이 얇아진 탓에 국내 유명 관광지로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게다가 회사 분위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밀린 일 처리하랴, 윗사람 눈치 보랴 마음 편히 휴가를 떠나기 어렵다.

최근 한국갤럽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하계휴가 여행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49.9%에 달했다고 한다. 국민의 절반이 올여름 휴가계획을 잡지 못한 것이다. 사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여행비용이 없어서 휴가를 떠나지 못한다”고 했다. 경기침체로 일감이 줄어들자 일부 기업들은 휴가 일수를 늘리고 있지만 정작 많은 사람은 휴가 떠나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여름 휴가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셈이다.

휴가란 완벽하게 비우는 것이다. 마음 편히 쉬어야 일도 잘할 수 있다.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회사 일은 잠시 미뤄놓고 훌훌 털고 떠나자. 유명 관광지가 아니면 어떠랴. 가까운 산이나 계곡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것도 의미 있는 휴가일 것이다.

김선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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