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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호모 헌드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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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2-09 22:40:38 수정 : 2011-12-09 22: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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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토머스 파(1483∼1635)는 152세까지 살았다. 웨스터민스터 사원의 묘비에 적힌 대로다. 위스키 ‘올드 파’의 표지모델이 바로 그다. 인간 수명을 120세로 보는 이들은 놀랄 일이다.

파의 장수 비결은 철저한 금욕과 채식, 적절한 노동, 소박한 시골생활 덕이다. 찰스 1세가 파를 궁으로 불러 산해진미를 먹이지 않았더라면 그는 몇 십년 더 살았을지도 모른다. 당대 최고의 해부학자 윌리엄 하베가 파의 몸을 열어본 뒤 ‘20대의 장기’라고 감탄했으니 말이다.

오래 살고 싶은가.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소식(小食)과 채식을 하면 된다. 마음도 평안하고 고요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현대 직장인들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아니다. 삶의 스펙트럼을 길게 잡고 삶 전체를 관조하며 일희일비 일진일퇴를 초월해 유장하게 산다면 가능하다.

정년 어떻고 노후 어떻고 하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장자의 좌망(坐忘)처럼 그냥 잊고 살면 된다. 악착같이 서울 강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다 팔아 시골로 가면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병원비 안 들고, 연금 걱정 없고, 국가에 폐를 끼치지도 않고….

옛 비결에는 ‘인간은 원래 죽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수명을 다한 세포가 즉시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면 불로장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죽은 세포가 해체되지 않고 눌어붙어 있는 것은 그 사람 마음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막히면 몸도 막히기 마련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는 1년 내 98%가 교체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몸이 확 달라지지 않는 것은 고정된 생각 탓이다. 그 고착된 생각과 진동수가 맞는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는다. 생로병사에 매달리면 그 틀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다.

사람 수명이 늘면서 ‘호모 헌드레드’란 말이 생겼다. 100세 시대의 복지와 노후, 가족·결혼 개념의 변화 등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도 슬슬 나서는 것 같다. 가혹한 복지 논쟁과 정체성 혼란의 블랙홀로 서서히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다. 어떻게 풀 것인가. 돈으로? 아니다. ‘토머스 파의 경우’가 하나의 답이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조민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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