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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손바닥 뒤집는 ‘FTA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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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0-26 07:07:28 수정 : 2011-10-26 0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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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손학규 찬성할 땐 언제고…
‘오락가락’ 정치인 누가 믿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낮은 국정수행 지지율 탓에 속앓이를 많이 한 비운의 통치자였다. 2006년 하반기에는 부동산 정책 실패, 재보선 패배 여파로 지지율이 10%대 중반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2007년 4월 초 이변이 일어났다. 20%를 겨우 넘기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한 주 사이에 30%대로 급등한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4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국민이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김환기 전국부장
무엇보다 돋보였던 것은 국익을 위해 지지기반이었던 진보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를 뚝심있게 밀어붙인 그의 강한 소신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통 큰 정치’는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선에서 그에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더 컸던 이유다.

재협상 등 우여곡절을 겪은 한·미 FTA는 이제 우리나라 국회 통과라는 마지막 관문만 남겨 놓았다. 하지만 그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한 진보세력의 반대가 거센 탓이다. 특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수문장을 자처하며 철통경계를 서고 있다. 원외에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반대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들 야권의 세 ‘잠룡’이 한·미 FTA 추진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동업자였거나 열렬한 FTA 찬성론자였다는 점이다. 과거 발언록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소신이 얼마나 확고했는지 알 수 있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탈당 직전인 2007년 1월 한 강연회에서 “한·미 FTA를 확고한 의지로 조속히 체결하고 한·일, 한·중, 한·EU의 FTA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A 지상주의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정 위원은 한술 더 떴다.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이었던 2006년 3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FTA는 상호방위조약과 함께 50년간 양국관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유 대표의 발언은 압권이다. 참여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7년 3월 미국을 방문해 “한·미 FTA는 체결됐으면 한다. 정부 각료로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뿐 아니라 경제학자로서 내 소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한·미 FTA 전도사였던 이들은 정권이 바뀌자 표변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소신 바꾸기는 내년 대선에서 민노당, 진보신당 등 한·미 FTA 반대세력과의 공조를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일종의 정치공학적인 좌클릭 마케팅인 셈이다. 목소리와 액션은 크지만 이들의 반대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내년 대선에서의 자기들 이익을 위해 입장을 바꾼 것이기에 ‘정치적 변절’이라고 생각한다”는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비판은 정곡을 찌른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던 유 대표의 변신은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노무현재단이사장), 이광재 전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의 태도와 대비된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이들 3인은 주군의 치적이었던 한·미 FTA에 대한 찬성 소신을 꺾지 않고 있다. 주군은 이 세상을 떠났지만 변함 없이 ‘충성심’을 보여준 것이다.

“한·미 FTA를 찬성한다. 한·미 FTA는 우리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이 전 지사)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아 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가 잘못이라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문 전 실장)

안 지사의 발언은 더욱 메시지가 강하다. 그는 지난달 5일 “한·미 FTA에 찬성하면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참여정부의 한·미 FTA는 잘됐지만 현 정부의 재협상으로 이익균형이 깨져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민주당을 질타했다. 한·미 FTA에 대한 야권 중진 정치인들의 엇갈리는 행보는 소신과 신뢰의 정치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한다.

존경받는 정치인이 되려면 정치적 비전 제시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국가 미래를 좌우할 정책선택을 하면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그때그때 소신을 바꾸는 정치인을 국민들은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반성문도 제대로 쓰지 않고 소신을 바꾸면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치에 대한 환멸도 더욱 고조되리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신뢰의 정치인’으로 인정받는 것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소신에 일관성이 있어서다. 한·미 FTA에 대한 갈지자 소신 바꾸기는 결코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환기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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