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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일본해 표기’ 美에 득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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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8-21 23:08:20 수정 : 2011-08-21 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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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심 외면한 중재안에 큰 실망
‘안하무인’ 日외교 美에 부담될 것
미국이 동해(East Sea) 표기 문제와 관련, ‘일본해(Sea of Japan) 단독표기’ 입장을 국제수로기구(IHO)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된 이후 국내의 대미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연방정부 기관인 지명위원회(BGN) 표기 방침에 따라 일본해를 사용한다”면서 일본해 단독표기 방침을 공식 확인했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미국의 입장은 미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견지한 일본해 단독표기 정책과는 차이가 있었다.

IHO에 미국 입장을 전달한 미 군사지리정보국(NOA) 소속의 크리스 앤더슨은 미국이 일본해 단독표기 입장을 IHO에 전달한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일본해 단독 표기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 “미국은 기존 수로 책자(세계 해도 작성의 지침서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를 개정하는 과정에 동해를 포함시키려 한다”면서 “일본해의 대안 명칭으로 동해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부록에 참고 자료 형식으로 동해라는 명칭을 넣는 전향적 방안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안조사국 공보관인 돈 포시더는 한 발 더 나아가 ‘해양과 바다의 경계’ 개정판의 한반도 해역 지도 본문에 각주(footnote)를 달아 동해를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NOA와 NOAA 소속 당국자 두 명을 IHO 미국 대표로 파견하고 있다. 앤더슨은 IHO 내에서 분쟁 지역 표기 갈등을 조율하는 임시 기구인 해양경계 실무그룹 부의장도 맡고 있다.

두 사람과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은 일본이 한국의 동해·일본해 병기안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동해가 ‘해양과 바다의 경계’ 개정판에 표기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앤더슨은 “우리가 제시한 중재안이 수용되면 동해는 처음으로 IHO 책자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미국의 ‘일본해 단독 표기’ 정책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하지만 미국의 중재안은 한국에서 씨알이 먹히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미국의 중재안을 다룬 본지 보도와 관련, “미국은 일제 시대부터 우리의 뒤통수를 때린 나라다”, “미국이 일본의 로비에 넘어갔다”는 등의 댓글을 달며 미국의 일본 편향 정책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일본이 조선을 강제합병한 이후 동해는 일본해로 바뀌었으나 일본은 패전 이후에도 한국의 바다와 섬을 장악하려는 야욕을 그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벌써 잊었느냐”고 질타했다.

미국은 법과 제도, 관행을 중시하는 나라다.

미국의 일본해 단독 표기 관행도 한 지명에 한 명칭만 사용한다는 ‘단일 명칭 정책’에 따른 것이다. 미 당국자는 “해양 표기 명칭이 여러 개면 해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면서 “미국은 IHO가 1929년 ‘해양과 바다의 경계’에서 공식 명칭으로 채택하고 그 이후 널리 쓰인 일본해를 단일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결정적 결함을 안고 있다. 바로 일제의 침략으로 왜곡된 동북아 근대사를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점이다. 일제의 한반도 침략이 없었다면 일본해 표기가 관행으로 굳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대 미 행정부는 한·일 역사 갈등에 관한 한 수수방관적 행태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싸움에 끼어들어야 득될 게 없다는 계산속이다. 이런 태도는 ‘태평양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궁극적으로 미국에도 득될 게 없다. 34년 동안 일본 외교관으로 봉직했던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의 충고를 다시 소개한다.

“일본의 안하무인 격인 처신은 미국의 침묵에 의해 조장된 측면이 있다. 일본이 한, 중 관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이 떠안을 것이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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