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 직업체험 확대… 미래를 찾게 하자

지난 몇 년 동안 국민들에게 가장 커다란 기쁨과 자부심을 준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김연아 선수가 떠오를 것이다. 세계 최정상으로 우뚝 서기까지 피땀 어린 노력과 무수한 인내의 시간이 있었겠지만, 김연아 선수가 7세 때 집 주변의 아이스링크에서 피겨스케이트를 만날 수 없었다면, 어린 딸이 피겨스케이팅을 시도하도록 이끌었던 어머니의 손길이 없었다면,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피겨스케이팅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까.

진로 발달 단계에서 청소년기는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체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청소년 시기에 진로는 무한한 반면 막연하기 때문에 다양한 진로에 대한 탐색 과정은 구체적이고 다양해야 한다. 손쉬운 모의체험으로부터 현장실습, 인턴십과 같은 체험을 통해 실제로 자신의 적성을 탐색함으로써 막연한 꿈이 씨앗으로 자라고 나아가 성공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는 원천이 된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직업체험의 여건이 열악하고, 부모의 손길이 제한적인 우리 청소년에게 다양하고 구체적인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조치는 더욱 필요하다.

정철영 서울대 교수·한국진로교육학회장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각 학교에서는 직업체험을 강조하고 ‘직업세계 체험기간’까지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직업을 체험할 만한 마땅한 기관이나 시설이 별로 없고, 지역에 따라서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과 진로 정보, 진로 설계 및 다양한 직업체험이 원스톱으로 제공되는 공공 직업체험 시설의 필요성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다. 이에 정부는 2006년에 발족된 잡월드설립추진단을 중심으로 전문가의 자문과 타당성 검토를 거쳐 내년 3월에 ‘한국 잡월드’의 개관을 앞두고 있다.

한국잡월드는 이용 대상의 확대나 수익모델 개발 등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다양한 모색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 강국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받는 핀란드의 경우처럼, 학생들의 직업체험을 위해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 유관기관 그리고 기업체가 연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진로교육의 국가적 틀을 수립하고, 중앙정부 수준에서 진로교육에 관한 총괄적인 권한을 갖고 전략을 수립한다. 그리고 이를 상황에 맞게 조정해 실행에 옮기는 일선 현장에서의 질 관리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민영화 확대에 나선 영국이 진로교육과 관련한 예산과 권한을 민간 부문에서 공공 부문으로 다시 회수했다는 것은 진로교육의 공공적 역할의 중요성과 국가 및 공공기관 수준에서의 권한과 책무성을 시사한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의 자녀가 자신의 소질과 꿈들을 키워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도와주고 지원해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 있고 행복한 새로운 세대를 세워나가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이다.

정철영 서울대 교수·한국진로교육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