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표적인 대남 선전기구다. 4·19혁명 이후 남북 협상과 통일론 열기가 고조됐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남 성명과 제의를 맡지만 비방과 규탄을 일삼는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5·24조치’에 “남한 당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고 하더니 지난 주말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무조건 열자고 다그친 그 기구다. 기관지 ‘조국통일’을 발행하면서 대남 선전 인터넷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운영하고 있다.
남한 누리꾼들이 북한의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의 생일인 지난 8일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김정일·정은 부자를 조롱하는 글과 그림을 올렸다고 한다. 우리민족끼리에서 운영하는 트위터에 김 부자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 4건이 게재되고 유튜브에도 2분짜리 패러디 동영상이 실렸다. 우리민족끼리는 국가보안법에 따라 국내에서 접속이 금지돼 있지만 우회접속 프로그램을 통해 이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민족끼리에 대한 이번 해킹은 북한이 남측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의 ‘연평도 북괴 도발 갤러리’를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시킨 데 대해 응징한 것이라고 한다. 디시인사이드의 누리꾼이 지난해 12월 ‘김정일 미친×, 김정은 개××’를 뜻하는 글을 우리민족끼리 게시판에 올렸고, 이를 알게 된 북한이 ‘연평도 갤러리’에 대해 보복했다는 것이다. 연평도 갤러리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이를 규탄하기 위해 개설됐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악화된 남북 관계가 사이버 전쟁을 부른 셈이다. 국가 주요 기관의 사이트가 북한의 사이버 테러로 또다시 속절없이 마비되는 일이 있도록 해선 안 되겠다. 대북 안보태세 못지않게 사이버 보안에도 만전을 기할 일이다.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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