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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소셜 네트워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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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2-22 19:02:13 수정 : 2010-12-22 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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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 네트워크 활용해 성공
인터넷 빨라질수록 또다른 세상 열려
며칠 전 영화 구경을 갔다. 사실은 영화 상영관 하나를 통째로 전세를 내 같은 학과 교수, 학생들 100명 가까이 함께 관람했다. 이 영화는 실화였기에 이런 연구를 하는 우리 학과 사람들에겐 남의 일 같지 않아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는 충분한 핑계가 있었다. 사실 영화 관람도 알게 모르게 소셜 행위이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전자전산학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스마트폰, 앱. 이들 유행어의 공통점을 들자면 소셜 네트워크란 단어로 축약된다. 인터넷을 통해서 서로 대화하고 근황을 알려주고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가상공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서 이것에 기반한 사업과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 소셜 네트워크의 핵심이다.

그런데 소셜 네트워크는 인터넷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가정도 부모와 자녀들로 이루어진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이다. 학교, 직장 등 공식적인 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팬클럽, 동창회, 종교단체도 구성원의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번성하는 강력한 소셜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강력한 파워를 일찍이 간파하고 이를 사업 모델로 발전시킨 것으로 피라미드 판매와 다단계 판매가 있다.

소위 행운의 편지라는 것도 이 부류에 속한다. 이 편지를 받는 즉시 10명에게 동일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면 행운이 있을 것이고 아니면 큰 불행에 닥친다는 편지를 한 번쯤 받아보고 고민한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만일 이 편지를 받는 사람 전부 이에 동조한다면 불과 10단계 만에 지구상 모든 사람이 이 편지를 받을 만큼 네트워크의 힘은 엄청나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면서 몇 가지 느낀 것이 있다.

첫째, 소셜 네트워크란 영화는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과 26세에 세계 제일의 갑부가 되었고,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사람이다.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 한 가지 몰두하면 그것에 미치는 사람, 1등을 못하면 낙오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이런 인재형은 그리 낯설지 않다. 아니, 이것이 우리 교육 시스템이 양산하고 있는 인재상이 아닌가. 역설적이긴 하지만 우리도 마크 주커버그 같은 인물을 키워낼 가능성 있다는 말이다.

둘째, 정보기술(IT)업계의 판도 변화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필자가 대학 시절 처음 컴퓨터 수업에 들어갔을 때 교수님의 첫 질문이 컴퓨터와 아이비엠의 차이를 묻는 것이었는데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아이비엠은 곧 컴퓨터요, 컴퓨터는 바로 아이비엠이었다. 수십 년을 지배하던 아이비엠 제국은 마이크로소프트로 대체됐고,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것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은 야후, 구글, 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구글은 바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신세가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 애플은 하늘과 땅을 오가며 위태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이런 점 역시 우리의 장래에 고무적이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세계 1위의 기업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트렌드를 예측하고 선도할 수 있다면 말이다.

셋째는 벤처 생태계에 관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에는 페이스북 이전에 싸이월드가 있었고, 무료 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 이전에 다이얼 패드가 있었다. 우리도 아이디어와 순발력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만 철저한 프로 정신과 벤처 기업이 마음놓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생태계가 정착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이 현재보다 10배, 100배 빨라지면 지금과는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함께 관람한 학생들 얼굴에서 우리의 미래를 훔쳐볼 수 있었다.

원광연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전자전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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